각종 김이 모여 파티를 열었다. 재래김, 돌김, 김밥김, 양반김, 조미김 등 20여 가지의 김들이 모여 떠들고 있는데 처음 보는 하얀 김이 들어왔다. 의아해진 김들이 입을 모아 물었다. “너는 이름이 뭐니?”하얀 김이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난 앙드레 김.”
아무리 소란스런 파티장, 북적거리는 공항에서라도 사람들은 색다르거나 관심을 끄는 것에 시선을 집중을 한다. 수 없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아는 내용을 이야기 한다든지 자신의 이름을 떠올린다면 그것을 선택적으로 걸러내어 의식한다. 인간의 두뇌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고 들을 수 없는, 즉 정보 처리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느 파티장, 공항보다도 더 소란스럽고 북적거리는 대학의 좁은 문 입구를 지키는 입학사정관도 마찬가지다. 최근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인간 두뇌의 구조가 선택적인 지각을 하도록 되어있다”고 발표했듯, 지원자가 전달하려는 내용(특히 무색, 무취인 경우)이 입학사정관의 뇌리 속에 모두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국민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기 바라는 것과 같다. 결국 앙드레 김처럼 튀는 것에는 눈이 가지만 비슷한 색깔을 가진 내용은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가는 오물처럼 된다.
이렇듯 인간의 기억에 머무르는 것이 제한된 여건에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남기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이것저것 해보려고 리스트를 작성하지만 방학 후 돌아보면 어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걸(girl)그룹 형성에 그친다. 수영 찔금, 태권도 휙, 미술 슬쩍, 피아노 띵똥, 여행 후다닥, 인턴십 어슬렁, 이것저것 찝쩍거린 결과는 이렇다. 한가지만 파고들girl(걸), TV좀 적게 볼girl, 책이라도 많이 읽을girl, 여행을 좀 많이 할 girl, 이런 후회할 결과를 만들지 말girl.
1962년, 케네디 대통령도 걸 그룹을 형성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지도력에 관한 대국민 지지율이 한때 83%까지 오른 적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62%로 폭락했다. 걸걸걸로 후회하며 케네디는 오랜 친구 클레어를 불러 조언을 부탁했다.그녀의 조언은 간단했다. “너무 많은 일을 벌리지 말고 한가지에 집중하라. 모든 이를 만족시키려 들지 말라.” 그녀의 조언처럼 우리 기억 속에 오랫동안 뚜렷이 남는 링컨이나 루즈벨트의 성취는 한 줄로 요약된다. 노예해방 그리고 대공황으로부터 생존.
대학지원자도 다를 바 없다. 고교 4년의 모든 활동과 성취를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핵심이 없다면 입학사정관의 뇌리에 남을 수 없다. 오지랖을 넓힐 수 있을 만큼 넓힘으로 좀 더 많은 것을 달성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뿌리부터 잘못된 자기기만이다.
인간의 두뇌는 멀티태스킹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청소년의 뇌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 활동 저 활동에 강아지 오줌 누듯 참여하면 시간과 에너지만 소모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대학 입시전략 1순위는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고 리스트를 만들기 전, 오늘 당장 그만둬야 할 활동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즉시 중단하는 것이다. 시애틀에 거주하는 고교 졸업생인 S군은 신입생 때부터 벌려놓은 11가지 활동을 11학년이 되면서 두가지로 줄여 그것에만 집중했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 결과, 그는 앙드레 김, 그리고 한 줄로 요약되는 지원자가 되었다. 그는 프린스턴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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