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발간·영화 상영·추모 콘서트 줄이어
21일은 러시아의 한국계 록가수 빅토르 최가 태어난 지 50주년을 맞는 날이다.
그는 1980년대 러시아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가 1990년 28살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국내에서도 너무 이른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삶과 음악을 더듬어보는 추모 열기가 뜨겁다.
콘서트에 출연하고 자작 앨범도 낸 음유시인이자 러시아문학자인 이대우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 빅또르 최의 삶과 음악’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빅토르 최는 1962년 6월 21일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려인 2세 아버지 로베르트 막사모비치 최와 러시아인 어머니 발렌치나 바실리예브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림과 조각에 뜻을 두고 미술학교에 전학했다가 기타와 록에 빠져 록그룹 ‘제6병동’을 결성했다. 세로프 미술대에 진학한 뒤에도 록그룹 활동을 이어갔으나 저항 정신을 불어넣는다는 이유로 소비에트 당국이 록음악을 탄압해 퇴학당했고 ‘제6병동’도 해체됐다.
서슬 퍼런 당국의 탄압도 록을 향한 빅토르 최의 열정을 잠재울 수 없었다. 그는 ‘가린과 쌍곡면’이란 그룹에서 활동하다가 1982년 여름 록그룹 ‘키노(영화)’를 결성했다.
빅토르 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소련의 록음악은 미국과 서유럽의 그룹을 흉내 내는 수준이었다. 빅토르 최는 서정적이면서도 시대정신을 담은 노랫말과 러시아 특유의 정서가 밴 멜로디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의 ‘혈액형’은 윤도현 밴드가 우리말로 번안해 음반에 싣기도 했다.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그는 영화배우로도 활동하며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1990년 8월 15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버스와 충돌해 숨졌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열렬한 소녀 팬 5명이 뒤따라 자살했다. 사망 후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러시아에서는 그의 추모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대우 교수는 그의 불꽃 같은 생애를 되짚어보면서 음악세계를 조명하고 그가 러시아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책 후반부에는 빅토르 최가 남긴 노래 77곡의 가사를 실었다.
뿌쉬낀하우스. 200쪽. 1만2천원.
올가을에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는 빅토르 최다’란 제목의 소설도 발간한다.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러시아문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최근 장편소설 ‘Y씨의 거세에 관한 잡스러운 기록지’를 펴낸 강병융이 집필 중이다.
22일 오후 4시 고려대 4·18기념관에서는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이란 제목으로 영화 상영회와 콘서트가 열린다.
뿌쉬낀하우스가 주한 러시아 대사관의 지원을 얻어 ‘2012 뿌쉬낀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마지막 순서로 마련했다.
1부에서는 빅또르 최가 주연을 맡은 국내 미개봉 영화 ‘이글라’(1988년)가 상영된다.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주인공 모로가 마약을 거래하는 마피아들과 외로운 투쟁을 벌인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공연은 오후 7시에 시작한다. 이대우 경북대 교수에 이어 인디밴드 레나타 수이사이드, 노컨트롤, 나비맛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레나타 수이사이드는 빅토르 최의 히트곡 ‘혈액형’과 ‘여름이 끝나가네’를 러시아어로 부른다. 나비맛은 직접 작사 작곡한 추모곡을 준비했다. 문의 ☎02-2237-9387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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