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나게 일깨워준 두 기사가 이번 주 전국 주요 일간지에 잇달아 보도됐다. 하나는 아시안 이민자 수가 히스패닉을 앞질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기 중국 이민자들을 왕따시켰던 연방의회가 130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는 내용이다. 둘 다 아시아인들의 위상을 높여주는 낭보지만 정작 아시안 커뮤니티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연방정부의 최근 센서스 통계를 분석한 퓨 리서치센터는 지난 2010년의 전체 이민자 중 43만여명(36%)이 아시아인으로 37만여명(31%)인 히스패닉을 압도했다고 밝혔다. 퓨 센터는 센서스 통계 외에 전체 아시안 이민자의 80%이상을 점유하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필리핀, 베트남 등 6개국 출신 3,511명을 별도로 자체 설문조사했다고 덧붙였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은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이민자 그룹이 됐을 뿐 아니라 교육, 소득, 행복 수준도 다른 지역 출신 이민자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아시안 이민자들의 2010년 가구당 중간소득은 66,000달러로 토박이 미국인들의 49,800달러를 크게 웃돌아 한 세기 전 ‘빈곤층 중의 빈곤층’으로 분류됐던 궁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역사는 좋든, 싫든 되풀이된다. 아시아인들이 최대 이민자 그룹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에 골드러시가 일어난 1800년대 중반 이미 중국인들은 캘리포니아의 최대 이민자집단으로 부상했다. 지금은 지구촌 구석구석에 한국 이민자들이 없는 곳이 없지만 중국인들이 미국에 몰려온 160여년전의 한국인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당시 중국은 아편전쟁에 이어 기독교 국가를 표방한 ‘태평천국’의 난리로 엉망이었다. ‘기회의 나라’ 미국을 동경한 수많은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건너가 증기여객선을 타고 캐나다의 빅토리아로 왔다. 이들은 밤중에 보트로, 아니면 밴쿠버로 건너가 도보로 국경을 넘었다. 근래 한국인들이 캐나다국경을 통해 워싱턴주로 밀입국하는 것도 역사의 되풀이이다.
중국인들이 기를 쓰고 미국에 온건 골드러시의 일확천금 기회 외에도 대륙횡단 철로부설 등 막노동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초까지 중국인 이민자 17만5,000여명이 ‘서부의 엘리스 섬’으로 불린 샌프란시스코의 ‘에인젤 섬’에 몰려왔다. 하지만 뉴욕의 엘리스 섬이 유럽 이민자들에 관대했던 것과 달리 에인젤 섬의 중국인들은 퇴짜 맞기 일쑤였다.
금광에도, 철도공사장에도 중국인들이 넘치자 백인들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 결국 정부가 지정해준 샌프란시스코의 언덕배기(현 차이나타운) 집단거주지로 내몰린 중국인들은 요즘 히스패닉 이민자들처럼 청소, 가드닝 등 저임금 ‘3D 잡일’을 도맡아 하는 ‘쿨리’(하급 막 노동자)가 됐다. 이들은 세금을 내면서도 학교나 병원을 이용하지 못했다.
쿨리들에게 더 큰 시련이 닥쳤다. 미국노조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중국인들의 퇴출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요즘 노조들의 불체자 추방 요구도 역사의 반복이다). 체스터 아서 대통령(21대)은 연방의회가 제정한 중국인 이민금지법에 1882년 5월 6일 서명했다. 이 법은 중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의 우방이 된 후 1943년 12월17일 폐기됐다.
황인종을 왕따시킨 소위 ‘황화(Yellow Peril)’는 중국인의 미국이민을 60년 이상 막은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초기 일본 이민자들의 토지소유를 제한했고, ‘오리엔탈 스쿨’(샌프란시스코, 1906년)을 만들어 일본인 학생들을 분리 수용했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서부지역의 일본계 시민 11만여명을 반역할 위험이 있다며 오지 수용소에 3년간 강제 수용했다.
지난 18일 연방하원은 130년전 중국인 이민금지법을 제정한 선배의원들의 몰지각한 처사를 공식 사과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일본인 강제수용을 43년만에 공식 사과한 것보다도 24년이나 늦다. 중요한 것은 공식사과 자체보다 그것을 받아낸 일본계 및 중국계 연방의원들의 끈질긴 노력이다. 보다 많은 아시안 정치인의 육성이 황화 같은 나쁜 역사의 되풀이를 막는 길이다. 황화를 겪지 않은 한인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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