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연합회 김정태 부회장, 무연고 한인 노인에
지난 11일 새벽 5시 애난데일의 에버그린 노인 아파트에 사는 김정태 씨(75, 사진)의 단잠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라 전화기를 드니 최현석 옹(90)이다. 김씨가 워싱턴한인노인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관계로 알게 된 분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성난 목소리가 전해왔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무도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다면서 버럭 화를 내시는 겁니다. 평소 치매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 분이 세상을 뜨시나보다 싶어 만사 제쳐놓고 최 노인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최 옹이 월세를 얻어 혼자 살고 있는 스프링필드의 반지하방으로 가보니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며칠 식음을 전폐하고 병석에 누워 있었던지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도 못했다.
김씨는 급히 지인들과 상의해 앰뷸런스를 불러 이노바 훼어팩스 병원으로 보냈다.
“입원을 하면 병원에서 다 알아서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긴급호출이 왔습니다. 무연고자라고 해도 보호자가 있어야 치료가 진행된다는 겁니다. 최 노인이 치매기가 있는데다 몸이 너무 쇠약해져 MRI 엑스레이 촬영을 하는데 화장터로 들어가는 줄 알았나봅니다. 계속 굴러 떨어지고 의사들한테 욕설을 해댔답니다.”
병원으로 달려가 최 옹을 간신히 달래 검사를 받게 하고선 보호자로 약정서에 사인을 해주었다. 최 옹은 정신과 의사 진단도 받았다.
김씨의 헌신적인 도우미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최 옹은 연신 소리를 질러대고 몸부림이 하도 심해 병실을 5군데나 옮겨 다녔다. 나중에는 간병사가 감당이 안 되는지 간병 거절까지 선언할 정도였다 한다. 귀도 잘 안 들려 김씨가 의사나 간호사들의 반 통역 역할도 해야 했다.
김씨는 꼬박 300시간을 병실에서 최 옹을 간병했다.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 그 자신이 쓰러질 지경이었다. 마침 도와주는 분이 생긴데다 병세도 호전돼 최 옹은 지난 23일 퇴원했다.
병원에서 ‘악몽 같은’ 도우미 생활 2주일을 보내고 최 옹과 ‘함께 퇴원한’ 김씨는 며칠을 앓아누워야 했다. 그래도 아무런 연고자가 없는 최 옹에 대한 걱정을 잊지 않는다.
“한인사회에 최 노인처럼 무연고자 독거노인들이 많습니다. 다치고 병들어도 누구 하나 돌봐주지 않습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여러분의 조그마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