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성(姓)을 갈았습니까?’‘무슨 말씀인지…’‘인터넷 판에서 지난 주 칼럼 <특별 vs 특이>를 읽었는데 저자 이름이‘대니얼 홀’로 되어있던데…그래서 찾아봤더니 <머리와 가슴의 싸움> <위장결혼> <목말라 애타게 찾는>도‘홍’이 아니라‘홀’로 표기되어 있던데요.’‘아마도 컴퓨터 자판기에 이웃하고 있는 ㅇ과 ㄹ을 실수로 잘못 눌러 그랬겠지요.’전화를 끊으며 순간적으로 어이없었지만 잠시 후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이번 주 칼럼을 위한 소중한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실수가 소중한 계기로 승화된 사례가 적지 않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다나카 고이치는 졸업 후 소니에 지원했으나 낙방했다. 그 후 시마즈라는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엔지니어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전통적인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즉 승진이나 봉급에 연연하지 않고 레이저를 이용한 단백질 질량측정 연구에 열정을 불태웠다. 그렇지만 레이저를 쏠 때마다 번번히 조각나는 단백질로 애를 먹었다. 해서, 생각해낸 것이 코발트와 글리세린을 파편방지 쿠션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들을 뒤섞은 것이다. 실수를 뒤늦게 깨달았으나 시간에 쫓긴 나머지 혼합된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놀랍게도 단백질은 깨지지 않았고, 그는 마침내 고분자 단백질을 정밀하게 분석, 측정하는 연성 레이저 이탈기법을 발견했다. 2002년 그의 직장에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스웨덴으로부터 노벨 화학상 수상 소식이 날라온 것이다.
다나카의 성취는 그저 단순하고 우연한 실수에서 나온 행운의 산물은 아니다. 작은 실수를 포용하고 그것을 눈 여겨 본 예리한 통찰력, 그리고 그런 우연을 만들 수 있게 되기까지의 부단한 노력과 끈기라는 버팀목이 있었다. 만일 그가 실수를 범하지 않았더라면, 나아가 실수를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만 여겼더라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어찌 보면 인간의 역사가 남긴 성공 사례들은 수많은 실수가 아우러져 이루어졌다. 실수를 실수로만 처리하지 않는 지혜가 요구된다. ‘또 다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고쳐라, 실수로부터 배우라’로 부정적인 조언 시리즈보다는 ‘실수 없이는 통찰도 도약도 혁신도 없다. 아기가 수십, 수백 번 넘어지지 않는다면 걸음마를 뗄 수 있을까’로 격려하며 실수를 저지르라고 기회를 주자. 여름방학을 실수를 권장, 용납하는 기간으로 삼자. 그것은 곧 남과 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수할 수 있는 자유가 없는 여름방학은 쓸모 없는 기간이다.
수 없는 학생들이 목표없이 그저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시간의 강에 몸을 맡긴 채 하류로 흘러 내려가고 있다. 치명적인 실수다. 하지만 흐르는 강물을 유심히 살핀다면 색다른 발견을 할 것이다. 강물이 흐른다는 것은 속도를 가졌다는 뜻이다. 그 위에 떠내려 가는 나뭇잎을 관찰해보라. 넓은 곳에서는 천천히 떠가고 좁은 곳에서는 속도가 붙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강물을 떠다가 굵고 가는 두 종류의 파이프에 흘려 보내 압력을 측정해보라. 굵은 파이프에서 서서히 흐르는 물의 압력이 가는 파이프에서 재빠르게 흐르는 물의 압력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이런 베르누이 정리가 대학진학 전략과 전혀 상관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소중한 비밀이 담겨있다. 좁은 안목과 편견을 깨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려는 학생은 그것을 찾아낼 것이다. 물론, 몇 가지 실수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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