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신경증은 고급 신경기능 문란으로 생기는 위장기능 장애를 말하는데 위장 분비기능과 운동기능의 실조로 인해 늘 설사를 하는 병이다.
위장신경증은 대체로 세 가지 증세를 나타낸다.
먼저 위장 증세로는 트림이 자주 나고 메스껍지 않으면서도 갑자기 토하는 증세가 나타난다. 가슴 뒤쪽이 답답해지면서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고 윗배에 심한 복통이 있다.
장도(腸道) 증세로는 윗배 혹은 배꼽 주위가 아프며 간혹 좌측 하복부에 칼로 베는 듯한 심한 통증이 있다. 설사와 된 변을 교대로 보며 대변에 점액성분이 많다. 설사는 일반적으로 마음이 편치 못할 때나 찬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난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대변에 점액세포나 점액관형세포가 있을 뿐 다른 이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헛배가 부르거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 증세도 있다.
위장 증세 이 외에도 실면, 두통, 건망증, 정신문란 등의 증세가 있는가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하며 권태감이 있고 식은땀이 나며 유정(遺精), 신경과민 등의 노이로제 증세도 나타난다. 기계적인 검사를 하면 기질적인 병변은 없다. 다만 엑스레이 검사에서 위장운동이 빨라졌거나 위장력(胃張力)이 증가된 소견이 나타날 뿐이다.
한의학에서는 위장신경증을 정감이 상해 기(氣)가 울체되면서 비위(脾胃)의 승강(昇降) 실조로 위장도(胃腸道) 운화(運化)가 잘 되지 않은 연고로 나타나는 위장계와 신경계의 증후군(症候群)으로서 울병(鬱病)의 범주에 속하는 비(脾) 계통의 질환으로 간주한다.
사람들이 어떤 욕구가 만족되지 않을 경우, 고민이 생기고 우울해지는데 이로 인해 기(氣)가 울체되면서 위장도 계통의 증세가 나타나지만 병의 근원은 심․간․뇌 기능의 실조에 있다. 심과 뇌는 서로 통해 있고 간과 뇌는 기근(氣筋)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 병은 뇌의 질병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료는 비교적 어려운바 사람의 감정이 풀리지 않고 속에 울체되면서 초기에는 기를 상하게 하고 지속되면 혈(血)을 상하게 해 나중에는 과로로 피곤이 쌓이는데 이로 인해 신경증세가 나타나고 비와 위를 상하게 한다.
◇전형 병례
얼마 전, 20대 후반의 직장인인 S씨가 본원을 찾아와 트림을 계속하며 복통을 호소했다. 늘 헛배가 부르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지 1년이 넘었다고 한다. 환자의 말에 의하면 몇 달 전 직장에서 불쾌한 일로 동료와 낯을 붉힌 일이 있었는데 홧김에 찬 음료를 마셨더니 얼마 안 가서 설사를 했다. 그 후부터 늘 헛배가 부르고 복통이 있으며 가슴이 답답하고 연신 트림을 했다. 대변은 묽다가도 굳으며 찬 음식을 먹기만 하면 곧 설사를 했다. 평시에 잠이 적고 꿈을 많이 꾸고 기억력이 전만 못해 여러 의원을 찾아가 위경(胃鏡), 장경(腸鏡), 엑스레이 검사도 했으나 이렇다 할 병명이 진단되지 않았다.
환자는 몸이 여위었고 정신은 우울한 편이며 낯에는 윤기가 없다. 맥은 현(弦)하고 설태는 희며 혀의 변두리는 붉고 치인(齒印)이 있다. 복부는 타진에서 고장(鼓腸)이 나타나고 청진에는 장명(腸鳴)이 심하다. 진찰 시에도 환자는 연속적으로 트림을 한다.
이 환자의 경우 위장의 울증(鬱症)으로 간울비허(肝鬱脾虛)가 생겨 어습(瘀濕)이 막혀 위장 증세가 나타났는데 여러 병인과 신경 증세를 종합해 볼 때 위장신경증이라 할 수 있다. 초담안신(剿痰安神)법으로 현저한 효과를 보았으며 치료의 관건인 위장 증세와 신경 증세가 나타나는 정도에 근거하여 한방을 조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