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주택 시장이 활발한 움직임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격 회복을 전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한 부동산 전문 인터넷 포탈의 의뢰로 어느 조사 기관이 미국 내 부동산 및 투자 경제전문가 114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3년도에는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가 이들 가운데 지배적이었다. 경제는 심리다. 말은 곧 믿음을 낳고 믿음은 행동으로 현실화된다. 전문가들이 낙관적 견해를 밝히기 시작하면 대중 매체는 이를 받아 널리 확산시키고, 대중은 곧 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 행동에 나서게 된다. 어느 정도 시차는 있겠지만, 그런 순서로 시장은 반응을 할 것이다. 오늘은 이에 관해 본다.
주택 시장 경기는 누가 뭐래도 순환 곡선을 그리며 움직인다. 오르다 보면 정점이 있고 정점에 닿으면 내리기 시작한다. 내리다 보면 바닥이 있고 바닥에 닿으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한 사이클은 언제든 반복된다. 미국의 주택 시장이 그런 사이클을 반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구는 계속 늘고 그런 만큼 주택 수요도 늘어나는데, 불경기 내내 이것이 잠재 수요로 쌓여 있다가 여건이 되면 반드시 분출되기 때문이다. 이 잠재 수요가 단기간에 실질 수요로 전환되면, 공급이 이를 따라 주지 못하고, 그래서 부족한 물량을 놓고 수요자들이 서로 사려고 경쟁하다 보면 가격은 오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재 값과 인건비, 땅 값 등이 오르는 만큼, 주택 건축비도 오르니, 결국 주택 가격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주택 가격이 오르는 그런 시점이 곧 시작될 단계에 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택 경기가 2006년도 2분기에 정점에 도달하고 내리막길로 들어선지 이제 6년이 넘어간다. 그 기간 내내 값은 계속 내림세를 보였고, 주택 신축 활동도 현저히 줄면서 겨우 명맥만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그 와중에도 인구는 연간 300여 만 명씩 계속 늘어나고, 집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구(households) 또한 계속 늘었다. 연간 1백만 호 이상의 신규 수요가 생겨나는 데, 잠재 수요자들 중 상당 수가 독립하는 대신 부모나 일가 친척의 집에 눌러 살거나, 내 집을 장만하는 대신 셋집을 택하였다. 셋집은 수요가 늘면 월세가 올라간다. 월세가 많이 오르면 차라리 내 집을 장만해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는 데, 이제 바로 그 시점에 도달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하나 둘 주택 구입에 나서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느 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되면서 경쟁이 생기고 값이 오르기 시작하는 데, 경제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그 시점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늦어도 2013년부터는 집 값이 오름세를 보이리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주택 경기가 13,4년 만에 다시 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집 값이 오른다고 10여 년 전처럼 이제 곧 1년에 10%, 15%씩 오를 것으로 전망할 수는 없다. 주택 경기의 바닥 탈출은 비행기가 활주로를 한참 달리고 나서야 이륙이 되듯 그렇게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루어지므로, 이제 곧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해도 적어도 2,3년 간은 가격 상승 폭이 미미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 집 장만에 나서겠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 까다로운 융자 조건 등의 이유로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많을 것이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상승을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주 거리가 얼마든 일단 이륙에 성공한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고도를 높이듯, 집 값도 어느 날 갑자기 뛰기 시작할 것이다. 무주택자들이 너도 나도 내 집 장만에 나서고, 기존 주택 소유자들도 집을 바꾸고자 매매에 나서고, 건축/수리 업자, 투자자들까지 단기적인 이익을 좆아 거래에 적극 참여하는 날이면 그리 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상승 곡선이 시작되고 시간이 좀 지나면 그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다.
내 집에 사는 이점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기대한다면, 집을 살 사람은 값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행동에 나서는 게 유리할 것이다. 값이 크게 뛰는 시점까지 기다리면 별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집을 내놓아야 하는 사람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더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만족할만한 수준의 가격 상승이 현실화될 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오른다니 오르긴 하겠지만, 당분간은 그나마 거래가 전보다는 많이 활발해져서 집을 팔기가 좀 용이할 것이라는 점에 만족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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