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서 주인공 덕무 역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사극 톤으로 연기하다 보니 신선했어요. 코믹드라마여서 애드리브를 칠 수도 있었고요."
배우 차태현이 30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한 말이다.
차태현이 장기인 코미디로 돌아왔다. 코믹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건 그의 말처럼 ‘복면달호’(2007) 이후 5년 만이다. 김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차태현은 주인공 이덕무 역을 맡았다. 그의 첫 사극 도전작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얼음이 금만큼이나 귀했던 조선 영조시기, 탐관오리들의 얼음을 터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다.
차태현은 도적질을 계획하는 서얼 출신 이덕무 역을 맡았다.
"’복면달호’ 이후에는 코미디를 하더라도 감정을 눌렀어요. ‘과속스캔들’에서도 제가 막 나서서 코미디를 했던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느 정도 누르긴 했지만 코믹한 감정을 모두 끄집어내야 했습니다."
시나리오에서 덕무의 존재는 밋밋했다. "거의 매 장면 등장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튀지 않았다"는 게 차태현의 설명. 약간의 조미료가 필요했다. 원래 대본대로 찍는 데 익숙했던 차태현은 장면마다 보이지 않는 애드리브를 넣으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어차피 ‘바람과…’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일종의 캐릭터 싸움인데, 저는 완전히 밋밋한 거예요. 계획만 짜주고…. 그런 덕무라는 캐릭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게 힘들었어요."
일단 말투부터 고어체로 바꾸었다. 현대어에 가까운 말이 많았지만, 감독과 의논해 ‘∼했소이까’처럼 사극에 맞게 대사를 고쳤다. 튀지 않는 선에서 애드리브도 장면마다 삽입했다.
사실 코미디는 항상 그에게 고향 같은 존재다. 그가 코믹한 표정을 지을 때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처럼 관객들은 환호했다. 그래서 한때 과장해 연기하기도 했다. "작심하고 오버해서 연기했다"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중의 ‘환호’는 차가운 ‘냉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대하고 오셨던 관객들이 오버해서 연기한 ‘첫사랑…’을 보고 실망하고 나간 것 같아요. 다음 영화였던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그랬는지 완전히 망했죠. ‘파랑주의보’, ‘새드 무비’도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러 영화를 거치면서 감정을 누르는 연습을 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과속스캔들’은 840만명을 동원해 의외의 대박을 터뜨렸다. 그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 가장 우울한 톤의 ‘헬로우 고스트’도 340만명이나 끌어모았다.
이미 교훈을 얻은 차태현은 ‘바람과…’에서도 애드리브를 많이 했지만 "선은 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과속 스캔들’ ‘헬로우 고스트’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차태현은 이환경 감독이 연출한 ‘챔프’(2011)에서 다소 주춤했다. 극장가 대목인 추석시즌에 개봉한 영화는 53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그는 ‘챔프’에 대해 흥행 빼고는 인생에서 "굉장한 도움이 된 작품"이라고 했다.
"’챔프’가 흥행만 되지 않았을 뿐이지, 엄청나게 도움이 된 작품이에요.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바람과…’는 ‘챔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웠죠. 특히 ‘챔프’에서 말을 타지 않았다면 ‘바람과…’에서 당나귀는 탈 수조차 없었을 것 같아요. 안장 없이 당나귀를 타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중심 잡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너무 힘들었죠."
여전히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같은 차태현은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마흔을 목전에 둔 중견 연기자다. 그리고 이제는 마흔 이후의 삶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스무 살에 배우생활을 시작하면서 무명생활 10년을 해도 서른밖에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도전했어요.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꿈인데, 충분히 도전할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미 꿈을 다 이뤘어요. 주연배우도 됐고, 어느 정도 성공도 했죠. 원래 할리우드 가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으니까요.(웃음) 지금의 목표는 마흔이 돼서도 쉰 살이 돼서도 (배우로서의) 매력을 유지하는 거예요. 저도 저 자신이 예순 살에 어떤 연기를 할지 궁금해요."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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