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모여 작당을 했다. 이게 뭐냐는게 그 이유였다. 남들은 놀러도 잘 가고 명품도 휘감고, 쇼핑으로 스트레스도 풀고 하는데 매일 한다는게 일밖에 없는 인생, 이판에 한번 혁명을 일으켜 보자는 게 모임의 취지였다.
그래서 머리를 짜서 일내겠다고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고작 동네 식당 순방이었다. 마치 지독한 시어머니 그늘을 벗어나 보겠다고 큰맘 먹고 집을 뛰쳐나가서는 겨우 이웃 찜질방에서 하룻밤 자고 오는 그런 주변머리 없는 어떤 연속극의 그 며느리같이.
창당은 했으니 인제 당을 운영할 각 분야 책임자를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게 순서였다. 그래서 한 사람은 식당 예약과 운전을 전적으로 맡기로 했다. 한 사람은 식후 계산서 담당. 한 사람은 총체 융합을 위하여 커다란 그림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한사람만 더 있어 하나 더 새로운 역할을 맡는다면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가 되겠다.
아! 당명.
남의 나라 단어를 들여와서는 뻔뻔하면서도 당당하게 자기네 것으로 확 바꾸는 일본 문화의 구르메 (Gourmet)! 자, 이제 어느 식당에서부터 일을 저지르나 고르는 순간이 왔다.
French Laundry!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불렀다. 오랫동안 말만 듣고 한번 가야지 하던 곳이었나 보다. 어떤 먹성 좋은 아줌마 둘이서 큰맘 먹고 한번 가서 1,200불 내고 나왔다는 미셸린 별3개짜리 식당.
이 아줌마들 홀짝 홀짝 마신 와인 덕분에 운전도 못하고 인근 호텔을 잡아 하룻밤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배는 살살 고프기 시작하여 동네 편의점에서 5불 75전 짜리 샌드위치 하나씩 먹고 잤다는 바로 그곳.
뜨끈뜨끈한 온천물과 함께 진흙 찜질까지 근사하게 하고 기분은 좋았지만 호텔 방값 500불을 포함하여 하루저녁 쓴 돈이 너무 아깝지만 노름판에서 한탕 날리고 오는 것 보다는 백번 낫다고 자위하면서 신나게 노래 부르며 달려왔다는 거길 드디어 한번 가보는 거였다.
Why not?
다음은? Gary Danko. 별 하나. Benu. 별 둘. 한국 사람이 주인이자 Chef 라는 곳. Slanted Door. 별은 없는 식당 같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꽤나 알려진 월남인 주인 Charles Phan 이 운영하는 식당.
그런데 우선 식당 이름들이 괴짜다. French Laundry? 이유는 있다. 이건물이 옛날 실제로 French Steam Laundry 를 하던 곳 이라 건물 용도가 식당으로 바뀐 후에도 그냥 Steam만 빼고 그 이름을 쓰고 있다고 한다.
Slanted Door가 그렇다고 문이 기울어진 곳은 아니다. 식당 이름에 Foreign Cinema도 있다. Coi도 있고. RN74라는 식당 이름도 있다.
우선 Slanted Door를 밀고 들어갔다. 6시 30분 예약에 정확히 제시간에 자리로 안내 되었다. 공짜 하나가 애피타이저 전에 나온다. 꼭 참새 간 만한 크기의 분량인데 먹어보니 맛도 그저 그렇다.
이를 내려놓기 전 웨이트레스가 무어라고 설명은 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소음 강도가 열중 여덟은 족히 된다. 결국 감점 여덟이다. 사귀고 싶은 사람과 오기 딱 좋은 곳. 귀에 대고 말하기 전에는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서비스? 열 점. 가지고 간 와인에 감탄사를 주니까 어깨가 으쓱해진다.‘이렇게 좋은 와인은 멋진 Decanter에 넣어야 어울린다,’면서 Sommelier 아줌마가 병을 갖고 안으로 들어간다.
분위기? 백 점, 아니, 아홉 점. SF Bay가 한눈에 확 트인 곳도 있고 약간 가려진 곳도 있으니 이정도 주자.
맛? 일곱 점? 여덟 점? 아홉 점? 누가 알리오. 사람마다 입맛과 취향이 다 다른데.
계산서? 오 점. 셋이서 별로 먹은 것도 없고 더구나 술은 가지고 갔는데도 계산서는 280불이 나왔다.
다시 온다? 비밀 투표에서 Yes 하나 No 하나 간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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