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인들을 대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자세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근본적 이슈에 대한 인식 없이 건강한 부부 관계는 어렵다고 본다.
히브리어의 ‘창조’라는 단어는 ‘한발 뒤로 물러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 성서학자가 제시했다. 자신과 다른 존재가 설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창조주가 스스로 자신을 거두어 물러선 배려가 창조물의 존재를 가능케 했다는 관찰이다.
모든 생명체는 타고난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필요로 하며, 그 공간은 성역과 같아서 침해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신중하게 살펴보았던 심리학자 융도 같은 맥락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사람은 각각 타고난 개성대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주체적으로 자아를 완성해 가는 본능적 필요성을 지니고 있다. 개개인은 그 무엇으로도 대치 될 수 없는 독특한 성격, 취향, 생각, 의견, 감정 등으로 집합된 인격체라고 확인한 그는 타고난 개성이 타인의 압력이나 위협 등으로 좌절, 변절, 또는 대치되면 마음의 병이 생기고 그러한 관계나 사회 환경 속에서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한인들 중 부부관계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랑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성역인 ‘인격 공간’이 무시되어 일어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상대방의 남편/아내(또는 부모-자녀)라는 명분을 내세워 상대를 소유하거나 종속 시켜 본인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이식시키려는 무례를 자주 범한다.
부부 사이에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 왜 생기는가? 왜 좌절하는가? 살펴보면 배우자의 의견이나 선택을 무시하려 들면서 생기는 결과들이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 일지라도, 아니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를 바꾸려 들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해야 건강한 관계의 성립이 가능하다. 자신의 생각과 선택을 강요하느라 서로를 ‘들들 볶는’관계는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한국인들 특히 여성들이 많이 앓는다는 화병은 꿈과 희망이 좌절, 변절, 또는 대치된 영혼이 앓는 병이라고 진단해 본다. 나는 저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하고, 저 사람은 나를 위해 살 것을 강요하면서 아무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인생을 낭비한다.
결혼이 마치 배우자의 인격과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는 권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불행한 현실이다.
토마토 씨앗의 궁극적 목적지는 빨간 토마토이듯이 각 사람에게는 신이 부여한 ‘자아 완성’이라는 영혼의 목적지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부부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목적지는 각자가 스스로 가야하는 길이다.
때문에 결혼생활 중 재정, 가사, 자녀양육 등을 넘어 모두가 떠나가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각자가 홀로 직면하게 되는 영혼의 자아완성 차원에서 부부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배우자란 서로 자아 완성을 이루어 가는 데 도움을 주는 영혼의 동반자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 부부는 상대방이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을 진지한 자세로 존중해야 한다.
“어쩌면 사랑은 나로 그대를 그대에게로 살며시 인도해주는 과정”이라고 정의를 내린 성 엑수베리의 깊은 뜻을 마음에 품고 ‘님’을 배려하는 자세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각각 그리고 함께 사는 부부 관계를 지향하면 좋겠다.
<박창형 목사·한인타운 연장자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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