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잘나가는 중소기업체의 중간간부로 일하는 조카의 증언이다. 이상한 보스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부하직원들에게는 막하면서도 자기 상관한테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아첨하는 보스다.
이런 경우, 겉으론 대개 표가 나는데도 본인은 정작 모를 수 있는 안타까움의 대상일 때가 많다. 하지만 조카의 말은 다르다. 본인도 자기가 그러는 줄 이미 알고 있단다. 그러면서도 계속 더 그런단다. 그런데 더 문제는 성공적인 성과의 대부분이 그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개탄스러운 대목을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한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냥 어느 한 구석의 모습이 아닌 사회 전반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거 있지 않는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기업체니까 이윤만 낼 수 있고, 타 기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식의 성과지향주적의 태도 말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 이 시대는 모두가 이 길로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사회가 정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도 한국도 다 그렇다. 정(情)은 한국인들만이 지니는 독특한 정서이기 때문에 한국만큼은 덜 그래야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한국이 미국보다 더 각박해져 가고 있다. 이는 조카의 입에서 나오는 항변에서 읽을 수 있었다. “삼촌, 회사 출근하는 게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생각해보라. 현재의 직장은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업적과 같은 것이다. 그의 현재까지의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출근길이 지옥 가는 길이고, 회사 문 앞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같은 거라면 되겠는가?
비단 어른들만이 아니다. 아이들 학교 가는 것도 그렇단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등굣길은 신나는 여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답 같은 이야기는 아주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왜 이래야 될까?
‘정’이라는 단어는 영어로도 번역이 잘 안 되는 단어라고 한다. 미국에 유학 와 ‘정’을 주제 삼아 학위논문을 쓰려고 시도해본 분들은 알 것이다. 가장 가까운 단어로 emotion을 지목할 수는 있겠으나 이는‘정’전체의 의미를 결코 함축해낼 수 없다.
그래서 대개 jung이라고 그대로 바꿔 표현한다. 학위수여 여부를 판단하는‘그들’이 이해하건 말건 상관없이 말이다. 그만큼 이 정은 우리만이 알고 느낄 수 있는, 우리 한민족 중심의 아주 포괄적인 단어에 속한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한 후보의 화두가“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한다. 무슨 이야긴지 알 것이다. 언제부턴가 가족들로부터 저녁시간을 빼앗아 가버린 시대가 된 것을 개탄하며,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사회가 오도록 하겠다는 의도일 게다.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발상은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런 사회가 이제는 정말 와야 한다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목사로서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이 시대의 교회들 안에서도 인간미와 정이 사라지는 일들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아픔이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으나, 교회가 추구하는 체제가 일반 사회의 구조를 적극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회의 조직들, 특히 기업체는 모든 게 다 깔끔하다. 깔끔하게 정리해서 규격화되지 않으면 잘 견디지를 못하는 데가 바로 기업체다. 그런데 교회들도 모든 교회적 사건들을‘비전’이라는 한 단어 안에 응축시켜 거기에 온 교인들을 집어넣어 몰아간다. 그러다 보니 교회가 회사 같이 보일 때가 있다. 대형교회일수록 특히 더 그렇다.
유진 피터슨 목사는 자신이 목회할 때 제일 힘들어했던 교인(리더십)은‘리소스(resource)’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자였다고 말한다. 교회 교인들을 교회 비전 달성을 위한 리소스(자료)로 보는 인식이 얼마나 비성경적인가 하는 그의 지적이다. 좋은 교회, 행복한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교인이 리소스가 아닌 목적이 되는 교회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인들이 주일에 교회 오면서 행복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회 문 앞에 들어서는데 서릿발이 내리는 냉기가 느껴진다고 상상해보라. 비전 성취와 상관없이 그런 교회는 좋은 교회가 아니다. 그래서 이쯤에서 정이 느껴지는 교회, 온기가 느껴지는 교회를 한 번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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