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친구의 일이다. 20여 년 전 그 친구는 가족을 뉴욕에 놔두고 타주에 가 대학원공부를 하면서 호신용으로 권총 두 자루를 구입했다. 그 곳은 범죄 전과만 없으면 총기구입 신청 시부터 15일 내에 신원조회를 거쳐 총기를 살 수 있는 곳이었다. 밤에 나다니기를 좋아했던 친구는 “쌍 권총을 차고 다니니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공부를 마친 친구는 총 한 자루는 없앴고 나머지 한 자루는 소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막 공부를 마친 한 가장으로서의 그는 경제력이 없었다. 갈수록 가정에 불화가 생겼고 급기야 그는 집안에서 총을 발사하는 실수까지 범했다. 총기를 숨기는 걸 그의 작은 아이가 본 후 아버지가 나간 사이 엄마가 똘똘 말아 쓰레기통에 갖다 버렸단다. 지금도 그 부부는 말한다. “만약 그 때 총기를 버리지 않았더라면 20여년 사는 동안 어떤 끔찍한 사고가 집안에서 벌어졌을지 모른다”고.
지난 7월 22일 애틀랜타 로렌스빌 시에서 한인목사 부인이 목사인 남편을 총격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콜로라도 극장에서 한 대학원생의 무차별 총격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며칠만이다. 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아주 촉망받는 박사학위 과정의 학생이었던 제임스 홈즈(24). 그가 쏜 총기로 지난 7월19일 밤 12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58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엔 한인 1명이 포함됐고 사망자 중엔 지난 6월 토론토 이튼센터 총기난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제시카 거위(24)도 포함돼 있다.
죽을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건가. 제시카 거위가 그런 경우가 아닌 듯싶다. 한 번의 총기사고 위험에서는 살아났으나 또 다시 당한 총기사고에서는 목숨을 잃다니 가족들의 고통이 안타까울 뿐이다.
왜 이런 총기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것일까. 또 대책은 없을까. 미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매일 24명에 달한다. 총기오발사고와 총기자살자까지 포함하면 매일 95명이 죽음에 이른다는 통계다. 그러니 총기로 인한 총 사망자수는 매년 4만 여명에 달한다. 이런데도 정부는 총기규제는 강 건너 불 보듯 하며 뒷짐만 지고 있다.
미국 내 끊임없는 총기사고의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총기소유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정신질환에 이유가 있다고 본다. 맞는 말이다. 총기소유를 한 모든 사람들이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신질환자임이 사고 후 드러나는 결론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연간 350만정의 각종 총기들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산된 총기는 약 3억정에 달한다. 미국 인구 1인당 1기의 총기소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미국 내 10가구당 4가구에 해당하는 37%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소지자들의 대부분은 시골 사람들로 호신용으로 총기를 소유한다.
총기사고를 일으키는 장본인들의 정신질환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고 때마다 드러나는 범죄자들의 면모는 홉사하다. 정신질환이다. 정신질환은 크게 정신증과 신경증으로 나뉘며 그중 정신증은 정신분열증, 우울장애, 조울증, 신경증은 전환장애, 신체화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인격장애, 자폐증 등이다.
이 중에서 총기사고자들은 대부분 정신분열을 앓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철저히 혼자서 행동한다. 호신용으로 개발된 총기, 이제는 좀 규제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해도 정신질환만은 어찌할 수 없다. 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총기는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
<김명욱 뉴욕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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