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쉬나는 계급과 신분의 차이 때문에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현재 상영중인 비극적 사랑의 영화‘트리쉬나’(Trishna)에서 신분과 계급 차이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을 받는 여자 트리쉬나로 나오는 인도 태생의 배우 프리다 핀토(27)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이 영화는 토머스 하디의 소설‘더버빌가의 테스’를 영국의 마이클 윈터버텀 감독이 현대의 인도로 옮겨 새롭게 해석한 것으로 핀토는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슬럼독 밀리어네어’에 나와 국제적 스타가 되었다. 소매 없는 보라색 드레스에 어깨 아래까지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늘어뜨린 가무잡잡한 미모의 핀토는 매우 총명하고 지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가녀린 체구와는 달리 씩씩할 정도로 쾌활했는데 영국식 액센트를 섞어가며 막힘없이 질문에 자세히 대답을 했다.
어떻게 여자들이 남자에
성적으로 종속되는지
난 트리쉬나를 이해 못해
시골 실제 가족 집에서
매일 새벽 5시부터 촬영
그들 생활 그대로를 찍어
*영화에서 트리쉬나는 매우 수동적인 여자로 보였는데 그런 것이 보통 인도여자들의 태도인가.
- 수동적이라기보다 상황이 허락하지를 않아 자기감정을 억누를 뿐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그런 것은 인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디가 글을 쓴 19세기에는 그런 경우가 다반사로 성에 관한 이중기준이 존재했다. 이런 기준은 아직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는데 우리는 바로 이런 점을 얘기하려고 했다. 이 영화를 찍은 라자스탄주 시골 같은 곳에는 아직도 그런 성적 이중기준이 존재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것이 현대의 모든 인도여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트리쉬나는 현대화에 적응하려다 구식과 현대 사이의 틈으로 빠져버린 불운의 여자 중 하나다.
*왜 윈터버텀 감독은 테스 얘기를 인도에서 찍었는가.
- 하디의 열렬한 팬인 그는 9년 전에 인도에서 ‘코드 49’를 찍을 때 그 같은 구상을 했다고 한다. 사실 그는 그 때 이 영화를 찍으려고 했지만 적당한 배우들을 못 찾아 미뤘다. 그런데 나도 하디의 큰 팬이다.
*배우들은 리메이크를 만들 때 남의 흉내를 내지 않기 위해 먼저 나온 영화를 보기를 꺼려하는데 당신은 폴란스키의 ‘테스’를 봤는가.
- 봤다. 내가 느낀 것은 무대가 인도이기 때문에 그 영화와는 달리 문화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나스타샤 킨스키는 훌륭한 연기를 했는데 난 그녀를 모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보다 진정한 인도의 향취를 부어넣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나는 여러 ‘테스’ 영화 중 킨스키의 것을 가장 좋아한다.
*마이클 윈터버텀은 어떤 스타일의 감독인가.
-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는 사람이다. 전체 얘기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남의 아이디어에 개방적이다. 그는 배우들이 주위환경에 저절로 섞여 들도록 유도한다. 매우 융통성 있는 스타일이다. 매일 현장에 나가 새로운 경험을 했는데 영화 속 나의 시골가족은 진짜 한 가족이다. 우리는 오시안이라는 시골서 찍었는데 나는 매일 아침 5시에 그 집에 가 그들이 아침을 짓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또 소젖을 짜는 일을 함께 했는데 마이클은 그런 모습을 그대로 찍었다. 그 가족의 스케줄대로 따라 갔다. 그런 분위기에서 영화를 찍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들의 환경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 적응할 수 있었나.
- 배우로서 꾸미는 것보다는 그들의 세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나았다. 영화를 찍기 2주 전에 그 가족을 방문해 우선 내가 익숙지 않은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했다. 그리고 영화는 많은 부분이 즉흥적이어서 늘 어떤 상황에라도 대처할 수 있는 대사를 갖고 있어야 했다. 그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시골에서의 남자 대 여자의 차이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매우 에로틱하고 관능적인데 인도에서의 상영에 별 문제가 없겠는가. 인도 영화에선 키스신도 없는 것으로 아는데 괜찮겠는가.
- 그건 다 옛날 일이다. 물론 과거 키스신 등 에로틱한 장면은 금기시됐던 것이 사실이나 이젠 아니다. ‘화이어’와 ‘카마수트라’ 같은 영화를 보면 알 것이다. ‘트리쉬나’는 매우 대담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아직까지 이런 인도 영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마이클 윈터버텀의 영화가 아니겠는가.
*요즘 베스트셀러인 ‘회색의 50가지 그림자’와 이 영화는 모두 연약한 여자들이 멋쟁이이나 폭군적인 남자의 지배에 매력을 느끼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 모르겠다. 난 책이나 영화에서의 그런 현상을 한 때의 지나가는 부분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등이 그런 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녀 간의 그런 성적 관계도 잠시 유행했다가 지나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난 트리쉬나 같은 여자가 될 수는 없다. 나와 그녀는 정반대다. 여자들이 어떻게 해서 성적으로 남자들에게 종속되기를 좋아할 수가 있는지 난 모르겠다.
*당신은 영화에 나오는 뭄바이 태생인데 이 도시와 당신의 관계는 어떤 것이며 볼리웃의 현 상황은 어떤가.
- 뭄바이는 절대적으로 나의 집이다. 인도 영화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볼리웃 영화는 지난 80년대 번창했다. 당시 이 영화처럼 성적 요소와 남녀관계의 균열을 탐구한 영화들이 많았었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그런 것들이 없어져 버렸는데 지금 다시 그런 내용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가 극장에서 그런 영화들을 봐 지금도 그런 내용을 좋아한다.
*뭄바이와 라자스탄의 차이는 얼마나 큰가.
- 다른 두 나라 같다. 완전히 극과 극이다. 따라서 뭄바이에서 태어난 내가 라자스탄의 여자 역을 하는 데는 내가 단순히 인도여자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했다. 도시에서 자란 나로선 완전히 다른 여자가 돼야 했다. 라자스탄 사람들은 뭄바이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연환경에 가깝다. 이는 LA나 뉴욕사람들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라자스탄 사람들은 구태여 찾지 않고도 영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매우 아름다운 일이다.
*영화에서 당신은 매우 슬픈 여자로 나오는데 당신은 그것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
- 배우가 슬픈 역을 하려면 단순히 자신의 슬픔뿐 아니라 남의 슬픔까지 안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인도의 시골여자들의 슬픈 얘기를 듣고 그것을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집에 돌아가서도 슬픔을 느꼈다. 역을 위해 시골여자들의 삶을 조사할 때 16세난 부인을 만났다. 그녀는 시집식구들을 위해 정전이 된 부엌에서 차를 끓이고 있었는데 내가 학교엘 다녔느냐고 물었더니 11세까지 다녔다고 대답했다. 내가 더 공부하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 그녀의 입가에 잠깐 미소가 지어지더니 금방 사라졌다. 그녀는 자기는 시집을 간 여자요 시댁을 위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난 무척 슬펐다.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었던 나이 27세의 나로선 결코 그녀의 운명에의 순응을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때 그런 생각을 하자니 그녀의 슬픔이 자연 나의 슬픔이 되었었다.
*당신은 지적이요 아름답고 성공도 했는데 슬플 때는 어떻게 그에 대처하는가.
- 내 사생활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가 않다. 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지 않다. 물론 나도 슬플 때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 빅 히트작에 나왔고 훌륭한 가족과 좋은 친구 등 외관상으로는 모든 것을 다 갖고 있는 것 같지만(난 그것에 대해 매우 감사한다) 우리는 모두 몹시 침울하고 슬플 때가 있게 마련 아닌가. 100%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
*모국을 위해 어떤 인도적인 일을 하는가.
- 특별히 우리나라뿐 아니라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및 이집트 등 현재 세계 8개국을 위해 플랜 인터내셔널이라는 조직을 통해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활동을 돕고 있다. 여자들이 당면한 절박한 문제들을 돕는 일이다. 내 가슴에 와 닿는 일로 이 일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이 영화에서 당신은 춤을 많이 추고 또 다음 영화인 ‘데저트 댄서’에서도 댄서로 나오는데 춤과 당신의 관계는.
- 내가 나온 거의 모든 영화에서 나는 춤을 췄다. 난 춤을 좋아하며 그것은 내게 아주 자연스런 행위다. 특히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춤을 추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춤은 볼리웃 춤이어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춤을 배워야 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춘 뒤로 처음이다. 프로댄서의 얘기인 다음 영화를 위해선 지금까지 7개월 간 연습을 하고 있다. 매우 현대적인 춤으로 표현적인 춤이다.
*당신 집에서도 이 영화처럼 여자들은 밥만 짓고 청소만 하는 것을 보고 자랐는가.
- 우리 집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책임을 똑같이 분담했다. 어머니가 일이 있어 외출을 하면 아버지가 우리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뭄바이 같은 도시에서는 남녀 간에 책임이 분담되나 라자스탄 같은 곳에서는 전연 달라 난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달리 각기 어떤 특정한 방법으로 취급 받아야 한다는 것은 나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후 어떻게 성장했다고 생각하는가.
- 유감스럽게도 키는 안 컸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이 성장했다. 어머니처럼 인내하고 참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됐다. 특히 이 직업은 말을 한 번 잘못했다가는 완전히 몰락하는 직업이어서 말하기 전에 남의 말을 듣는 버릇을 배웠다.
*부모의 당신에 대한 꿈은 무엇이었나.
- 부모는 늘 배우가 되려고 하는 나의 꿈을 따라주었다. 그들은 내가 하는 일을 100% 지원한다. 그들은 영화계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그 건 나도 마찬가지다) 날 전적으로 지원한다. 그것이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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