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금요일 깊은 밤, 콜로라도의 오로라에 위치한 극 장 안에서 총에 맞아 12명이 죽고 60여명이 부상당했다. 죽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부상당한 사람들 역시 위급한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그들 중 다수가 함께 온 애인이나 친구를 온몸으로 보호하다가 자신이 총에 맞아 숨졌 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래도 아직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나 자신을 위로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 있는 불안감과 당혹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콜로라도 오로라.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그 파괴의 현장 과 끔찍한 사고의 흔적들과 사람들의 울음이 있는 그 곳. 나 는 8년 전 그 곳을 기억에 떠올린다. 공교롭게도 나는 사고가 난 영화관은 가보지 못했지만, 영화관이 있는 오로라는 내가 4년 동안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확실하게 말하자면 덴버에 살았지만, 매주 서너 번 교회를 가거나 장을 보러 오로라를 다녔던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이 시대에 과연 우리에게‘ 안전’한 곳 이 있는가 새삼 묻게 된다. 기독교 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는 필 자는 매 학기 초마다 학생들에게 모든 상담학 교실은 ‘안전 한 장소’ (safe place)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상담학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이상, 거리낌 없이 동료들에게 나를 꺼내 보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로 만들자는 것이다. 나는 이것 을 매우 중요한 상담학 교실 윤리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에게 안전한 장소는 어디일까. 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전국의 영화관을 비롯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끔찍할 정도의 보안 검사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 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타인을 감시하게 된다.
영화 한 편 보려면, 모처럼 워싱턴 레드스킨즈의 경기장을 찾 아보려면, 총을 든 사람들, 무서운 배지를 단 사람들을 통과해야 만 하는 그런 미친 세상으로 우리는 가고 있지는 않는가 묻게 된다. 그런데, 나를 더 숨 막히게 하는 것은, 정말로 그런 세상으 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날이 갈수록 더 드는 것이다.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 살다가 언제 어디서, 그리고 한 마 디 덧붙이자면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것만큼 덧없는 것이 있 을까. 같은 병원에서 아빠는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사경을 헤 매고 있는 데, 바로 그 옆에서 그 남자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 는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나를 슬프게 한다. 이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솔직히 한인 이민사회도, 이민교회도 예전만큼‘ 안전’한 곳 은 아니지 않는가. 먹고 살아가는 데 바빠, 내 한 몸 잘 먹고, 좋은 차 타고, 좋은 집 사는데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어느 덧 우리들의 정신과 마음은 황폐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정신 차리고 돌아보지 않으면, 우리 한인 이민사회도 미쳐가 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신분 확인 당하고 교회에 들어갈 수 없지 않은가. 빵집에 들 어가는데도 몸 여기저기 수색 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은 저절 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지 못 한다면, 거꾸로 우리가 미친 세상의 희생자가 되고 마는 것이 다. 바로 콜로라도 오로라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장보철 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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