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배우 공칠 이집트왕 역할
▶ 9월 한달간, 반전과 속임수 재미
말리부 해변의 게티 빌라에서 오는 9월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 ‘헬렌’(Helen)에 한인 연극배우 공칠(Chil Kong)이 이집트 파로스의 왕 테오클뤼메누스(Theoclymenus) 역으로 출연한다.
공칠은 지난 10여년간 연극무대에서 연기자와 연출가로 활약해 온 1.5세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버지니아텍 공대에서 마케팅과 심리학을 전공하던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 보스턴 콘저바토리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했으며 이후 다양한 무대와 TV 프로, 영화 등에서 일해 왔다. 보스턴과 시애틀의 아시안 연극인들과도 많은 작업을 가졌으며 LA에서는 필립 정이 이끌었던 로드스톤(Lodestone) 디어터 앙상블과 활동했고, 샌디에고 주립대에서 연극과 교수로 가르치기도 했다. TV 프로 ‘로스트’ ‘하우스’ ‘법과 질서’ 등에도 출연한 바 있다.
‘헬렌’은 게티 빌라가 매년 9월 야외극장 ‘바바라 로렌스 플레슈만 디어터’(Barbara and Lawrence Fleischman Theater)에서 공연하는 고대 그리스 연극의 7번째 작품으로 그동안 이 무대에서는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아리스토파네스의 ‘평화’,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 에우리피데스의‘ 히폴리토스’와 ‘트로이의 여인들’이 공연됐다.
‘헬렌’은 지난해 공연된 ‘트로이의 여인들’의 후속작이라고 해도 좋은 작품으로, 에우리피데스가 ‘트로이 여인들’의 3년 후인 기원 전 412년에 썼으며 그의 작품들 중 거의 무대에 올려지지 않는 작품이라 이번 무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LA의 극단 ‘플레이라이츠 아레나’(Playwrights’ Arena)가 존 로렌스 리베라의 연출로 극작가 닉 살라모네의 각색본을 무대에 올린다. 주인공 헬렌 역은 레이첼 소사, 메넬라오스 왕 역은 맥스웰 콜필드가 맡고, 파로스의 왕 테오클뤼메누스 역을 공칠이, 그의 여동생 테오노에 역은 낫수코 오하마가 각각 맡는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헬렌은 트로이 전쟁의 씨앗이 된 절세의 미녀로서,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를 따라 야반도주함으로써 전쟁이 벌어지는 것인데, 이 연극에서는 헬렌이 요부가 아니라 올림피아 신들의 놀이에 희생된 피해자요, 충실한 아내로 묘사된다.
즉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가 결혼한 것은 헬렌과 똑같이 생긴 가짜 헬렌이고, 진짜 헬렌은 헤라 여신의 계략으로 이집트로 보내져 그곳서 남편인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를 기다리며 계속 수절했다는 것이다. 헬렌은 이집트 왕인 프로테우스가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가 죽자 아들 테오클뤼메누스가 왕으로 올라 헬렌과 결혼하려고 한다.
이때 트로이 함락 후 가짜 헬렌을 데리고 트로이로 돌아가던 메넬레우스가 난파해 이집트에 표류하게 되고 거기서 진짜 헬렌을 만나자 가짜 헬렌은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 계속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테오클뤼메누스 왕을 속이고 이집트에서 도망치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결국 성공하게 된다.
헬레네의 깜짝 반전과 속임수를 통한 탈출과정이 재미있는 이 연극은 비극이라기보다 코미디에 가까운데, 아테네 비극이 희극으로서 첫 발을 뗀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에우리피데스는 이 작품 외에도 ‘트로이의 여인들’ ‘안드로마케’ 등 여러 작품에서 헬렌을 등장시키는데 작품에 따라서 그녀에 대한 묘사와 평가가 판이하게 달라 흥미를 끈다.
‘헬렌’은 9월 한 달 동안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8시 공연된다.
티켓은 38~42달러. www.getty.edu, (310)440-7300
게티 빌라 17985 Pacific Coast Hwy. Pacific Palisades, CA 90272, (310)440-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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