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레이드 러너’피스토리우스 극적인 계주 결승행
2012 런던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감동의 질주’를 준비하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꿈은‘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블레이드 러너’가 극적으로 살아났다. 끝에는 뛰지도 않고 계주 결승에 오른 결과가 나왔다.
육상 남자 1,600m 계주 예선이 벌어진 9일 영국 런던 올림픽 스테디엄. 남아공 계주팀의 3번 주자로 나서 바통이 넘어오길 기다리던 ‘의족 스트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옆의 주자들이 모두 튀어나간 뒤에도 한동안 정면 트랙을 바라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앞 주자가 도달하지 못하자 아쉬운 표정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날 남아공의 2번 주자로 달린 오펜츠 모가웨인은 두 번째 코너를 돌던 도중 앞에서 달리던 빈센트 무모 키이루(케냐)와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키이루는 다시 일어나서 달렸지만 모가웨인은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는 필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다가 레이스가 모두 끝난 뒤에야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국 피스토리우스는 계주 트랙을 달려보지도 못한 채 예선을 마치고 말았다.
‘블레이드 러너’의 감동 드라마는 이렇게 아쉬움만 남기고 막을 내리는 듯 했다.
정강이뼈가 없이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11개월이 지났을 때 두 다리를 절단하고 칼날처럼 생긴 탄소 섬유 재질 의족을 달고 경기에 나서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을 얻은 선수다. 절단 장애 육상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아 큰 감동을 준 피스토리우스는 내친김에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고 메달까지 목에 걸 꿈을 꾸고 있었다.
1,600m 계주에서 피스토리우스는 또 하나의 작지만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려고 했다. 그 동안 피스토리우스의 출전에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운 논거 중 하나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피스토리우스는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1번 주자로만 출전했다.
이번에는 3번 주자로 출전해 비장애인 선수 사이에서 바통을 넘겨받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선 주자가 피스토리우스 앞까지 도달하지도 못하는 흔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 탓에 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의 꿈은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경기를 마친 뒤 케냐 선수가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항의를 받아들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제소위원회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위의 강호인 남아공 팀을 결승에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남아공 육상 1,600m 계주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위를 차지한 강호다.
피스토리우스의 메달 꿈은 살아났지만 그가 정작 올림픽 결승 경기에서 달리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피스토리우스는 예선에만 출전하고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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