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막식은 영국 대중문화 정수 다룬‘록 페스티벌’한마당
‘영국 음악의 향연(a symphony of British music)’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폐막식에서 영국 대중문화의 정수를 알리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
70억 지구촌 대축제로 펼쳐진 제30회 런던올림픽 성화가 꺼졌다. 지난달 27일 화려하게 막을 올린 뒤 16일간 전 세계를 스포츠의 감동에 몰아넣은 이번 대회는 12일 영국 런던의 올림픽 스테디엄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전 세계인의 추억 속에 자리 잡았다.
대니 보일 감독이 지휘한 개막식이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이라는 주제로 산업화의 진통에서 회복해 미래를 바라보는 농촌의 이야기를 그린, 다소 진지한 분위기였다면 이번 폐막식은 대회 뒤풀이와 다름없는 ‘파티’ 형식으로 펼쳐졌다. 이날 런던시간으로 오후 9시(LA시간 오후 1시)에 시작된 폐막식은 조지 마이클과 퀸, 스파이스 걸스, 비디아이, 뮤즈, 에밀리 산데 등 영국 팝 음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총출동해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폐막식장은 무대 자체부터 출연진까지 영국 문화의 정수를 제대로 담아내 ‘문화 올림픽’으로 꾸며졌다. 올림픽 스테디엄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재해석한 모습이었다. 바탕에는 유니언잭의 색깔인 빨강, 파랑, 흰색이 영국이 배출한 미술 거장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흩뿌려졌다.
또 십자가 모양의 무대 바닥에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즈, J.R.R 톨킨 등 영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문호들의 작품 문구가 신문처럼 인쇄돼 깔렸다. 그 위로 빅벤, 런던 브리지, 세인트폴 대성당 같은 역사적 명소부터 테이트 모던 미술관, 런던 아이, ‘거킨(작은 오이)’으로 불리는 세인트 메리 액스 등 현대 건축물 모형이 세워져 무대 하나만으로 영국의 역사와 문화의 요약본을 보는 듯했다.
이날 공연의 서막은 신예 에밀리 산데가 장식했다. 폐막식 무대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등장한 산데는 ‘리드 올 어바웃 잇(Read All About It)’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산데가 노래하는 동안 무대에 설치된 화면에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비쳤는데, 특히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눈물을 삼킨 신아람 선수의 모습이 비중있게 다뤄져 눈길을 끌었다.
시작부터 비틀스, 매드니스, 블러 등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의 음악으로 채워진 이날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영국이 자랑하는 대중음악이 총망라된 ‘영국음악 교향곡(심포니 오브 브리티시 뮤직)’ 순서였다. 1980~90년대를 주름잡은 팝스타 조지 마이클이 출연해 대표곡 ‘프리덤’을 부른 것을 시작으로 스코틀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애니 레녹스, 팻보이슬림, 스파이스 걸스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차례로 출연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또 뮤즈가 이번 올림픽 주제곡 ‘서바이벌’을 들려줬고 퀸의 멤버였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로 8만 관중의 심장을 뛰게 했다. 이 밖에도 더 후, 핑크 플로이드, 오아시스 등 록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밴드들의 음악이 끊임없이 폐막식장을 채워 ‘영국 최고의 수출품’으로 일컬어지는 대중음악의 전통을 마음껏 과시했다.
올림픽 폐막식이라기보다는 ‘지상 최대의 록 페스티벌’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화려한 무대였다.
한편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는 폐막식 말미에 ‘리우 카니발’의 한 장면 같은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직전까지 록 콘서트 같은 분위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스테디엄은 난데없이 무대 한가운데에 빗자루를 들고 등장한 청소부의 모습으로 잠시 잦아들었다. 열심히 무대 위를 빗자루질 하던 청소부는 8만 관중의 시선을 즐기는 듯 곧 브라질 전통춤인 삼바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보안요원 분장의 남자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 청소부를 끌어내려다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자 숨죽이던 관중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가수 마리사 몬테가 바다의 여신으로 분해 브라질을 대표하는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아리아를 부르며 등장했고 고요한 클래식 음악이 멈추기가 무섭게 리우 카니발 무용수들과 브라질 원주민으로 분한 무용수들이 무대로 등장, 열정적인 춤사위를 선보이자 폐막식장은 순식간에 뜨거운 남미 축제의 한마당으로 변했다.
이어 삼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음악을 선보인 세우 조르쥬(Seu Jorge)와 브라질을 대표하는 래퍼 비네강(BNegao)
등이 무대를 달궈 4년 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펼쳐질 남미 문화의 향연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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