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학교 교육은 현실과 이혼 상태다. 뒤떨어진 현실감각으로 미래의 리더들에게 그릇되고 쓸모 없는 버릇만 키워주고 있다.
첫째, 학교는 철저하게 권위와 등급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가르치는 자는 교실에서 권위자요, 운영하는 자는 교사나 교수를 관리하는 보스요, 또한 가르치는 자들에게는 직위 순서가 있고, 학생들도 선후배로 나뉘고, 나아가 성적순위로 개인의 가치가 설정된다.
성적이란 것은 학생의 지적 수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 자신이 믿고 있는 ‘적합하고 옳은 방법’에 따라 주관적으로 매겨진다. 교실에서 학생이 어떻게 행동하는가 까지 주시하며 교사 나름대로 평가하는 것이 객관적이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학생들이 쏟아내는 질문을 자신의 권위와 지식에 도전하는 것으로 여기는 교사를 진정한 리더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학교는 누구든 윗사람 직분을 가진 사람이면 리더로 여기고 그들의 가르침에 따르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사회에서 리더십은 활동이지 직위가 아니다. 간디나 넬슨 만델라가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학생은 가르치는 자의 지식과 지혜에 귀를 내주어야 하지만, 그것을 학생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보다 더 소중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묻어 나온 버릇, 즉 ‘직위=리더’라는 공식을 허물 때 비로소 진정한 성취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둘째, 학교는 모든 것에 정답이 존재하고, 접근할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가르치고, 그것을 수용시키는 수동적 버릇을 키워준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교과서 혹은 표준방법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사회의 문제는 뒤엉켜있고 복잡하기 짝이 없다. 상황이 수시로 변하기 일쑤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식 사고 버릇이 아무런 지침서 없이 “알아서 해보라”라며 일거리를 내던지는 직장에서 통용될까.
사회에서는 교사처럼 누군가 친절하게 낱낱이 일러주거나 답변해주는 사람도 없다. 학교는 수업료를 지불하고 배우는 곳이지만 직장은 보수를 받고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보수를 받는다는 것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학교는 남의 비위 맞추는 버릇을 키우는 곳이다. AP과목을 있는 대로 모조리 택하고,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며, 운동부에서 활약하고, 봉사활동에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이유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라기보다 지원 대학의 입학사정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심지어 박사학위 과정의 연구논문도 알고 보면 새로운 이론의 설립, 비평보다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가 더 짙다.
넷째, 학교는 엘리트 정신으로 무장한 자만심과 ‘저들과 격이 맞지 않아 섞일 수 없다’라는 사회적 분리 버릇을 키워준다. 시험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었다. 상대평가로 주어지는 점수 구조는 개인적 노력을 부추겼지만 팀워크나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을 도려냈다. 그 상황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공유될 수 없다. 사실 지식은 나누면 나눌수록 증폭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웅크리고 감춰야 하는 딱한 처지를 만들었다. 환경과 능력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기술을 절실히 요구하는 사회에서 그런 버릇이 쓸모 있을까.
무엇보다 학교가 가르친 최악의 버릇은 ‘열심히 공부해서 학업을 마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감언이설로 만들어낸 무조건적 열심이다. 하지만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 성공이요, 최대 노력으로 최소 결과를 낳는 것은 실패로 사회는 정의한다.
<대니얼 홍 교욱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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