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칠 거라고는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어록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인들 사이에 자주 인용된다. 그가 1940년 첫 수상 취임연설에서 한 말이다. 소련을 지칭한 ‘철의 장막’이라는 멋진 표현도 그가 유행시켰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이기도 했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물으시오.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우리가 함께 인류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으시오”라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1961년) 역시 명연설로 꼽힌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게티스버그의 남북전쟁 전몰장병 묘지에서 행한 2분 남짓한 추도사는 민주주의의 귀감이자 인류의 유산으로 평가된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우리나라가 거듭난 자유를 향유하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굳게 결의하자”는 내용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1983년 소련공군이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시켜 269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뒤 가진 특별 TV연설에서 “우리가 용기와 단결로 함께 전진한다면 인류애에 역행하는, 결단코 용납 못할 극악무도한 참사에서 전화위복이 이뤄졌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해 한인들을 감동시켰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당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조차 명 퇴임사를 남겼다. “내 몸에 생명의 호흡이 붙어 있는한 하원의원-상원의원-부통령-대통령으로서 추구해온 목표, 곧 모든 국민에게 번영과 정의와 기회를,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 정치판이 소위 ‘종걸 막말’로 뜨겁다. 민주통합당의 4선 의원이자 최고위원 중 한명인 이종걸 의원이 자기 트위터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지칭해 ‘그년’이라고 쓴 것이 화근이 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의원은 비난이 빗발치자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우겼다가 오타라고 말을 바꿨다.
이 의원은 그 뒤 “실수지만 ‘그년’이라는 표현 그대로 놔두고 싶었다”며 고의였음을 시인했고, “잘했다. 그 정도는 오히려 약하다”고 격려하는 사람도 있다며 버텼다. 국회와 민주당사 앞에서 연일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종걸아, 너는 네 어머니와 와이프도 그년이라고 부르냐?“는 등 네티즌들의 야유도 쏟아졌다.
민주당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종걸 막말’로 죽을 맛이다. 지난 봄 총선 때도 “콘돌리자 라이스(전 미 국무장관)를 강간해 죽이자”는 등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노원갑)의 막말이 막판에 터지는 바람에 민주당이 텃밭인 서울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막말파동은 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쥐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놈현(노무현의 줄임말?)으로 통했다. 임수경 의원(민주통합당)은 탈북대학생에게 ‘변절자 XX’라고 욕했다. 정치인들이 그 모양이니 여교수가 결석한 여학생에게 “낙태하러 갔었냐?고 막말하고, 여간호사가 ”너희들 3초면 죽일 수 있다“는 막말을 트위트 계정에 올린다. 지하철도 ‘막말철’이 됐다. 젊은 남녀가 노인들에게 대놓고 반말과 욕설을 예사로 퍼붓는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이 역대 최고성적을 올리고 있다. ‘경제올림픽’에서도 10위권이다. 하지만 정치올림픽이라면 한국은 보나마나 꼴찌권이다. 선수들이 너무 유치하다. 외국 정치인들처럼 멋진 말은 못할망정 낯 뜨거운 막말은 삼가야한다. 처칠은 “군인은 한번 죽지만 정치인은 여러번 죽는다”고 했다. 한국 정치인들에게 딱 들어맞는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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