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 역으로 인기.."나라면 윤이처럼 못할 것"
"얼마 전 매니저가 시놉시스를 하나 갖고 왔는데 아예 보지도 않았어요. 앞으로 다른 캐릭터를 어떻게 할지 무아지경인 상황입니다. 헤어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최근 청담동 SM사옥에서 만난 배우 김민종(40)은 아직 작품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윤이는 10-20년이 지나도 오랫동안 나와 함께 살아갈 인물이 아닐까 싶다"는 그의 말에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있었다.
그럴 법도 한 게 그는 최근 종영한 SBS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애절한 로맨스를 선보이며 여심을 흔들던 과거 자신의 전성기를 되살려냈다.
가장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자 17살 연하인 메아리(윤진이 분)의 애정 공세에도 친구와 죽은 아내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던 최윤의 모습은 뭇 여성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에 그는 "부담스럽다"며 "주어진 상황에서 방해 안 되게 최선을 다해보자고 작품에 임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1988년 데뷔한 김민종은 드라마 ‘느낌’ ‘비밀’ ‘미스터큐’ ‘머나먼 나라’ ‘수호천사’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10대의 반항’ ‘3인조’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착한 사랑’ ‘하늘 아래서’ ‘귀천도애’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가수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며 차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신사의 품격’은 그에게 오랜만에 대중의 사랑을 재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이전 작품들과 달랐다.
김민종은 이 작품을 시작하며 자신과 약속을 했다. 바로 촬영 전날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것.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그전에는 그러질 못했어요. 술 먹고 힘들게 촬영한 게 연속적으로 있어서 프로정신이 스스로 떨어졌다는 판단이 있었는데 이번엔 ‘프로답게 해보자’고 했죠. 이젠 나이도 들고 현장에 늦게 나가는 것 자체가 스스로 창피한 일이잖아요."
그는 결국 약속을 지켰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신사의 품격’은 방송 전부터 장동건의 브라운관 복귀작에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성공. ‘신사의 품격’은 시청률 20%를 넘기며 배우와 작가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김민종이 작품의 인기를 실감한 곳은 홍대였다.
"홍대에서 촬영할 때 10대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고 구름 같이 몰려왔어요. 전에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안 가시더라고요.(웃음) ‘김민종’ ‘윤이오빠’ 그러는데 가슴이…. 어휴. 4인방 모두에게 열광해 줘서 감동받았어요."
그는 "사람들이 차를 막고,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는데 너무 행복한 추억이었다"며 "예전에 가수활동할 때 느껴본 느낌이었다"고 즐거워했다.
김민종은 남자 주인공 4인방 중 다시 선택하더라도 최윤을 고수할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가장 연기하기 꺼려지는 캐릭터로 장동건이 연기한 김도진을 꼽았다.
"일단 도진이는 대사가 너무 많아서 하다가 지칠 것 같아요. 장동건 씨도 어느 순간 울렁증이 생기고 잘못하면 쓰러지겠더라고요. 그럼에도 잘 해내고 버텨준 게 대단합니다."
실제로 18살 차이가 나는 상대역 윤진이(22)에 대해서는 "진이가 잘해주지 않았으면 나는 시청자들한테 쳐죽일 놈이 될 뻔했다"며 치켜세웠다.
그는 "진이는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고 아이 같고 동생 같다"며 "오래 봤으면 하는 친구"라고 덧붙였다.
남자배우 4인방 중 유일한 미혼인 그는 "결혼에 대한 마음은 있지만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며 "내년은 가야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결혼 후에도 친구들과 즐기는 삶을 꿈꾼다.
"’신품’하면서 친구들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친구들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래서 평상시 친구 와이프한테까지 잘하려고 해요.(웃음) 제가 철이 안 든 것 같아요. 정신연령이 20대 초중반에 멈춰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저와 코드가 맞는 분을 만나면 인생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극 중처럼 17살 연하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감사하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상대방이 먼저 대시하면 생각은 해볼 것 같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라면 윤이처럼 메아리를 선택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친구를 선택할 것 같다"며 "친구는 보되 그 동생은 못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종이 꼽은 ‘신품’ 최고의 장면은 서이수(김하늘)가 도진이 있는 카페 창문 유리창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다.
그는 "내가 도진이라면 유리창을 뚫고 나갔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윤이의 장면 중에는 메아리의 손목을 잡아끌고 나가려는 오빠 태산(김수로)의 손을 잡으며 ‘그 손 놔’라고 말하는 장면을 꼽았다.
김민종은 드라마에 얽힌 뒷이야기도 전했다.
대본상에는 14회 프롤로그에서 등장인물들이 다 같이 봤던 드라마가 방송에 나온 ‘모래시계’가 아닌 자신이 주연한 ‘느낌’이었다는 것.
그는 "저작권 문제로 ‘모래시계’로 바꿨다"며 "윤이가 ‘느낌’ 주제곡을 ‘내 18번이었어’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많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신사의 품격’에 그의 노래인 ‘아름다운 아픔’ ‘하얀 그리움’ 등이 등장하면서 자연히 그의 가수 복귀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게다가 그는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가수 보아보다 ‘한참 아래 서열’이지만 현재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SM C&C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민종은 그러나 "앨범 계획은 아직 없다"며 "요즘 가요계를 생각하면 자신감이 없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신사의 품격’을 통해 남자 배우들과 정이 더 깊어진 것 같다는 그는 김은숙 작가와도 술자리를 함께하며 친구가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에게 ‘신품’은 "좋은 인연을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이며 "잊혀지지 않을 작품"이다.
그는 작품과 인연을 이어가 김수로와 함께 자신이 담당하는 SBS 수목극 ‘아름다운 그대에게’(SM C&C 제작)에 카메오로 출연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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