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에는 “복이 있다 해서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에 처하게 된다. 권세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다 부리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원수를 만나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복이 있을 때 복을 아끼고, 권세가 있을 때 오히려 더 공손하고 겸손하라는 뜻이다. 자신에 대한 자만심에 사로잡혀 겸손한 태도를 잃는 순간이 바로 모든 것을 잃는 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철 스님은 ‘재물병’ ‘여색병’ ‘이름병’ 가운데 쉽게 치유되지 않으며 사람을 가장 망가뜨리는 고질병은 단연 ‘이름병’이라고 하셨다. 옛날 고명한 인물들 중에는 뒤뜰에 말뚝 하나 박아놓고 절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 이상 자기를 가르칠 스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뚝을 스승삼아 거기에 절을 함으로써 오만해지기 쉬운 마음을 가다듬으며 겸손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성악가 조수미의 한 친구는 무대에 오르기 전의 조수미를 ‘장 보러 가는 새색시’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조수미 자신도 “무대는 나와 청중 사이의 ‘연애’다. 그래서 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 무대를 준비한다”고 말한다.
이런 겸손함은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가. 그저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마음으로 존중하고 그것을 성숙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겸손이다.
어린 시절부터 누누이 들어왔고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우리 모두 아는데도 겸손이 여전히 최대의 미덕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 대부분 겸손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신의 구두를 손수 닦던 링컨의 말처럼 겸손이란 ‘지극히 당연한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유설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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