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자주외교의 상징이자 나라 잃은 망국의 설움이 서려 있는 워싱턴의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이 102년 만에 한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은 1910년 일제가 강제 매각한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매입하기 위한 최종협상을 마무리 짓고 매입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건물은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 1888년 1월 워싱턴에 주미 공사관을 개설한 후 사용한 두 번째 공관. 1891년 11월 당시로는 거금인 2만5천 달러에 조선왕조가 매입했으며 대한제국시절에는 ‘대조선 주차 미국 화성돈 공사관(大朝鮮 駐箚 美國 華盛頓 公使館)’이라 불렀다. 주차는 ‘주재’를 의미하며 화성돈은 워싱턴의 한자 표기다.
이 공사관 건물은 1905년 11월 을사늑약 이후 관리권이 일제에 넘어가고, 한일강제병합(경술국치)을 2개월 앞둔 1910년 6월 일제의 강압으로 단돈 5달러에 소유권이 일제에 넘어갔다. 그 뒤, 미국인에게 10달러에 재매각돼 민간을 떠돌다 1977년부터 현 소유자인 티모시 L 젠킨스 씨의 개인 소유 주택으로 사용돼왔다. <관련기사 3면>
경술국치 102년 만에 문화재 환수차원에서 대한민국의 품으로 오게 된 구 공사관 건물은 대한제국이 국외에 설치한 공관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 있다. 1877년 건립된 이 건물은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북동쪽 방향 10분 거리에 있는 로간서클 역사지구(Logan Circle Historic District)에 위치해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의 빅토리아 양식(Victorian Style)을 잘 간직한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특히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조선이 청나라·러시아·일본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자주외교의 상징으로 설치한 것이라 자못 그 의미가 크다.
그간 재미동포사회에서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의 역사적 가치를 주목하고 이를 매입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했으나 소유주와의 매입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1999년 미주한인회총연합회에서 매입운동을 처음 시작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2002년 이민 1백주년 워싱턴 기념사업회에서 재매입운동에 나서며 활기를 띠었다. 양 단체는 이듬해 재매입추진위(위원장 이도영)를 결성해 공동 매입운동에 나섰으나 추진위의 위상과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다 4개월 만에 갈라섰다.
그 후 서울에서 ‘구한말 워싱턴공사관 찾기 운동 본부(본부장 유상열 한국기독교총연합 평신도위원장)’가 조직되면서 3개 단체에서 경쟁적으로 건물주를 접촉하는 등 독자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건물주인 젠킨스 씨가 가격 150만 달러 외에 추가 조건을 내거는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계속함에 따라 2005년 동포들에 의한 자체 매입운동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2007년 이태식 당시 주미대사가 국정감사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 찾기 등 역사의식 고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구한말 공사관을 매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부 차원의 재매입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민관협력에 의한 협상전략 아래 문화유산국민신탁을 매입 주체로 정하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은 현대카드(대표 정태영)의 일부 후원을 받아 현지 부동산전문가 등을 통해 연초부터 매입협상을 진행해 한미수교 130주년이 되는 올해 마침내 매입 계약체결에 이르게 됐다.
문화재청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매입가는 350만 달러이며, 그외 등록비 등을 합쳐 총 373만 달러(약 42억 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돼 있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연내에 건축물 내·외부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한 뒤, 관계 전문가들의 검토와 재미동포사회 의견수렴을 거쳐 건물을 전통문화 전시·홍보 공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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