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책이 있다. 10여년전에 읽은 김용규 저 ‘ 데칼로그’이다.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한 저자는 책에서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십계명을 위반하는 것을 생활 속의 다양한 예를 들면서 지적한다.
그 책은 나의 삶의 자세와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몇몇 지인들에게 별도로 구입하여 선물하였고 갖고 있던책마저 선물했다.
그리고는 나중에 다시구입해야지 하고는 잊었다. 지금 그 책을 구입하려니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다. 해석한 열 가지 계명 중 다른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으나 제 1계명 ‘나 이외에 다른신을 네게 두지 말라’의 해석은 지금도 머릿속에서 나를 지배하고 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가 한국에서 박양근 교수를 모셔와 7월 한달 동안 글쓰기집중 훈련강좌를 했다. 강좌에 참가해 많은 것을 배우고는 지금 무척 주저하고 있다. 글쓰기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것인가를 두고 속으로는 망설인다. 이럴 때 그책 <데칼로그>를 다시 읽어보면 어떤마
음으로 공부해야하는 지 안내를 해 줄 것 같다.
혹시라도 ‘글’이 나의 우상이 될까봐서다. 지금 뒤늦게 글쓰는 일을 시작하려는 것이 허명을 얻고자하는 탐욕은 아닐까.
이미 무수한 문학작품들이 있고, 그 만분의 일 만큼도 못 쓰는 역량으로 글쓰기에 매달리는 것이 자기 파괴적 행위는 아닐까.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글쓰기에 미천한 실력으로 덤벼들었다가 평온한 일상을 흐트리지나 않을까도 염려된다.
영혼을 뒤흔들었던 소설, 음향과 분노, 율리시즈, 돈키호테 같은 책들을 읽은 후에는 글쓰기에 대한 충동을 강하게 느끼곤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진실과 미의끝없는 추구라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의 숭배에 빠지면 생명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을 프루스트의 경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골방에서 수 년 간 생명을 담보로 생의 진실을 포착하여 우리에게 인생은 이런 것이라고 우리를 일깨운다. 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당신들은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보라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말하는 듯하다.
이 세상은 알면 알수록 아름답다. 정말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진 곳이기도 하다. 반면 그 만큼이나 지내기가 고 되고, 고독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이 세상의 지독히도 양면적인 진실과 똑바로 마주서는 대담한 용기를 필요로 할 것 같다.
버지니아 울프가 코트 주머니 속에 돌을 잔뜩 넣고 조금씩 템즈강 가운데로 들어가 버린 그 심정이 공감될 때가 있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숨겨진 사연들을 안고 멀리 보이는 등대를 향해서 묵묵히 항해하고 있고, 삶은 뭐라 말 할 수 없는 기적 같은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 어쩌면 그녀는 가혹하기까지 한 삶의 양면성에 환멸을 느껴 냉정하게 세상을 버리지 않았을까 짐작 해본다.
글쓰기 공부는 문장력 연마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진실을 추구하고자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자주 찾아드는 좌절감을 극복할 정신력이 필요하고, 쓰면 쓸수록 빠져드는 ‘글’이라는 우상숭배의 함정
을 피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새롭게 시작하려면 두려움이 앞을 막아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런 도전없이 정체된 삶을 사는 것보다는 뭔가를 시도했던 것이 백번 나았다고 모든 경험자들은 말한다. 그 공통된 주장에 의지해 과감하게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다.
윤선옥 동아서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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