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곽도원.윤세아.이성민.고세원.문보령 등 2012년 대박
"버티고 또 버텼죠. 그랬더니 이런 날도 오네요."
안방극장이 최근 들어 긴 무명의 터널을 뚫고 마침내 빛을 본 배우를 잇따라 배출하고 있다.
저마다 10여 년 무명 혹은 조연의 설움 속에서 연기한 이들은 2012년 마침내 수면으로 솟구쳐 오르는 기쁨을 누리며 활짝 웃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오연서, 곽도원, 윤세아, 이성민, 고세원, 문보영 등.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르는 행운아도 있지만 대부분의 배우가 주목 한번 받기 힘든 게 연예계의 현실이다. 버티다 지쳐 나가떨어지기도 십상.
오랜 세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의 탄생 스토리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
◇"이번에 안되면 그만뒀을지도 몰라요" = 오연서(25)는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의 방말숙을 연기하며 단숨에 CF를 6편이나 찍었다.
이런 그도 ‘넝굴당’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다. 올해가 데뷔 만 10년.
오연서는 "올해도 안 되면 진짜 그만두려 했다"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해보라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2002년 중학교 3학년 때 본명인 오햇님이라는 이름으로 댄스그룹 LUV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서 주인공인 고아라의 언니 역을 맡아 연기를 시작했고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뒤 2009년 영화 ‘여고괴담5’에서는 공동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동이’ ‘대왕세종’ 등 사극에도 출연하는 등 꾸준히 활동했지만 함께 출발한 고아라 등이 쭉쭉 성장한 것과 달리 그는 계속 무명이었다.
"버티기 힘든 순간이 참 많았다. 특히 연말 집에서 연기대상 시상식을 TV로 볼 때면 서러움이 밀려왔다"는 그는 "뚜렷하지 않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점점 쌓여가면서 많이 지쳤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보령(29)도 오랜 마음고생 끝에 현재 KBS 1TV 일일극 ‘별도 달도 따줄게’에서 악녀 서경주 역으로 관심을 받는 중이다.
그 역시 10년 전부터 연기판에 있었다. 하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중3 때 길거리 캐스팅돼 잡지 패션모델로 출발한 그는 고3 때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 출전해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최종 6명을 시상하는 그해 시상식에서 진은 이다해, 현은 장신영에게 돌아갔고 그의 몫은 없었다.
이후 단국대 연영과에 입학한 그는 2003년 KBS 아침극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에 중간에 단역으로 투입되면서 연기를 시작했고 2009년 KBS ‘TV소설-청춘예찬’에는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지만 드라마가 조기종영하며 잊혔다.
"자존심 하나로 버텼다. 자신감이기도 하다"는 그는 "부모님이 날 믿어줬고 강하게 마음먹도록 독려해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극단적인 선택도 할 뻔 했죠" = 곽도원(39)은 ‘미친 소’라는 별명과 함께 떴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SBS ‘유령’에서 아날로그 수사를 펼치는 ‘미친 소’ 권혁주 경감을 연기한 그는 데뷔 18년 만에 홈런을 쳤다.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가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은 올초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조범석 검사’를 연기하면서. 이후 첫 드라마 ‘유령’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광고계에도 입성했다.
무명이었고 돈도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연기가 재미있어 버텼다는 그는 그러나 6년 전 불행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만큼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곽도원은 "아는 형 집에 가서 술 진탕 마신 후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결심했는데 그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한 권이 내 인생행로를 바꿨다. 아무래도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도와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유령’ 전과 후 그의 달라진 위상은 지난 28일 진행된 영화 ‘점쟁이들’의 제작보고회에서 단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취재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그는 "출연 계약은 소속사에서 해서 개런티가 얼마나 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엔 술집에 가면 서비스 안주도 많이 준다"며 "드라마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실제로 많이 올라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MBC ‘골든타임’의 이성민(44)도 20년 연기인생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외상외과 전문의 최인혁 교수로 분한 그는 이선균, 황정음 두 젊은 주인공을 무색하게 만드는 강한 카리스마와 연기력으로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연극에서 출발해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간 그는 20년째 ‘조연’이었다. 2004년부터 4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조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들어 ‘파스타’ ‘브레인’ ‘더 킹 투 하츠’ 등 화제작에 잇따라 출연한 그는 여세를 몰아 ‘골든타임’으로 마침내 주연 대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처음에 ‘내가 이걸 어떻게 해’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그런데 감독님이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주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주류 배우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가 담담한 것과 달리 ‘골든타임’의 최인혁 교수에게 쏟아지는 시청자의 사랑은 강하다. 또 한 명의 대기만성형 스타 탄생이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 윤세아(34)는 지난 12일 막을 내린 SBS ‘신사의 품격’으로 ‘떴다’.
도도하고 솔직한 섹시녀 홍세라를 연기하며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그는 "이런 열광적인 응원과 관심은 처음이다. 어딜 가도 좋아해 주니 기쁘다"고 말했다.
용인대 연극학과 출신인 윤세아는 2004년까지 대학로 연극무대와 서울시립극단 등에서 활동하며 연기 기초를 다졌다. 2005년 영화 ‘혈의 누’와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줄곧 정숙하고 조용하거나 품위있는 역을 맡았다.
윤세아의 이번 성공은 지금껏 유지한 참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에서 완벽하게 탈피하며 이뤄낸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그는 "내가 맡고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 너무 좋다"며 "미리미리 꾸준하게 준비를 해서 어떤 역이 와도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세아가 섹시한 매력으로 남성들을 사로잡았다면 요즘 중년 이상 주부들에게 스타는 고세원(35)이다.
시청률 30%를 넘보는 KBS 1TV 일일극 ‘별도 달도 따줄게’에서 매력적인 재벌2세 한민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준수한 외모에 젠틀한 한민혁은 어려서 미아가 된 아픔을 안고 있어 모성본능마저 자극하고 있다.
고세원이 데뷔하기는 무려 15년 전. 단국대 연영과 재학 중이던 1997년 KBS 공채 탤런트 19기에 뽑혔지만 그후 10여 년은 되는 일이 없어 방황 끝에 연예계를 떠날 결심도 수차례 했다.
그러다 2009년 tvN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작으로 ‘수상한 삼형제’ ‘신데렐라 언니’ ‘여자를 몰라’ ‘폼나게 살거야’ 등을 통해 지난 3년간 재기를 위해 기지개를 켠 그는 ‘별도 달도 따줄게’로 마침내 수면 밖으로 완전히 나오게 됐다.
그는 "어떤 역할이든 전형적인 연기는 안 하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금까지 보지 않은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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