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소년들이 미국사회에서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통하는 한국전이 더 이상 잊혀진 전쟁이 돼서는 안된다며 한 권을 책을 발간했다.
내년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앞두고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다(You are not forgotten)’를 제목으로 단행본을 공동 출간한 주인공은 독서클럽 ‘SOS(Silent Outcry of Student)’에서 활동하는 한인 고교생들.
1.5세 및 2세 학생들인 이들은 이 책에 생생한 인터뷰와 현장 답사를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았던 노병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기록으로 남겼다.
SOS 클럽이 결성된 것은 작년 9월. 주로 학업과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읽고 토론하는 이 모임은 평소 홈리스 문제, 기러기 가정 등 주요 사회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전을 10대의 시각으로 재조명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금세 뜻이 모아졌다.
10명의 클럽 멤버들은 우선 워싱턴 일원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찾아 나섰다. 사선을 넘나들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이제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있는 미 참전 용사들의 입에서는 10대 한인 청소년들이 믿기 어려운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950년 자원 입대한 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한국행 군함에 몸을 실었던 병사, 전장의 추위가 너무 매서워 죽고 싶었던 병사... 해병대원으로 인천에 상륙했던 한 병사는 19세 생일을 한국에서 맞았던 틴에이저였다.
한국전과 관련이 있는 유적지도 학생들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됐다. 헤이거스타운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 기념비 사업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는 지역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기도 했다.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에는 참전용사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윌리엄 웨버 대령의 인터뷰는 학생들의 머리에 더욱 특별하게 남아있다. 그는 한국전에서 팔다리를 모두 잃었고 지금은 DC내 한국전 기념공원에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회상의 벽’을 세우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다.
전쟁중 실종된 병사, 포로가 됐던 병사들에 대한 실태 조사는 한국전의 아픔이 지금도 치유되지 않았다는 교훈을 얻게 했다. 참전용사들이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었다는 사실은 다소나마 학생들의 미안한 마음을 씻어냈다.
공부에 지장을 받으면서 1년 넘게 땀을 흘린 ‘한국전 되살리기’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삶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박정현(제임스 매디슨고 12) 양은 “그저 남과 북이 갈라진 전쟁으로만 생각했는데 그 의미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최정욱(맥클린고 12) 군은 “전쟁이란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란 걸 알게 됐다”며 “참전용사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코멘트는 계속 이어졌다. “(미국에 살지만)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한국전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룬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알게 됐다.(그레이스 리·레이크브래덕고 11)” “교과서에서 소홀히 다루는 한국전쟁에 대해 미국 친구들에게 잘 알려주겠다. (이소빈·맥클린고 12)” “이번 프로젝트로 끝내지 않고 한국전을 알리는 글들을 계속 쓰겠다.(패트릭 차·체비체이스고 10)”
코리안 아메리칸 자녀들의 역사 정리 프로젝트에는 이들 외에도 챨스 리(레이크브래덕고 11), 오원준(글래넬고 11), 최재희(숙명여고 10), 레미 리(토마스 제퍼슨고 12), 안유나(토마스 제퍼슨고 11) 등이 참여해 시간과 마음을 쏟았다.
앞으로 SOS는 관련 블로그도 만들고 발간된 책을 의회도서관 등 해당 기관에 보내 한국전이 ‘잊혀져서는 안되는 전쟁’임을 계속 알려갈 계획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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