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3개의 벽난로와 집무실은 원형 그대로였다. 워싱턴DC의 ‘로건 서클 역사지구’ 15번지에 위치한 옛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의 내부가 한 세기 만에 공개됐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은 최근 350만 달러에 매입하기로 한 구 공사관 건물에 29일 현지 조사단을 파견해 건물 내부 상태를 정밀 검사했다. 이날은 조선이 나라를 일제에 빼앗긴 경술국치 102주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공개된 내부 모습은 건물 외관과 마찬가지로 100여년의 세월이 무상할 만큼 당시의 흔적들이 오롯이 남아 있었다.
조사단이 둘러본 결과 건물의 1층은 접견실과 집무실, 주방과 식당 등으로, 2층은 공사의 주거공간으로, 3층은 하나의 넓은 홀(hall)로써 이루어진 연회공간으로 구성되고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사단의 김종헌 문화재 전문위원(배재대 건축학과 교수)은 “벽난로와 문틀의 구조, 천장 장식, 계단, 그리고 무엇보다 창문의 덧창 등의 보존 상태로 볼 때, 전반적인 건물의 구조와 공간구성은 원형 그대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건물 보존상태를 평가했다.
조사단을 맞이한 건물 소유자 티모시 젠킨스(Timothy L. Jenkins)씨 부부는 “이 집은 과거 한국이 불공평하게 빼앗겼고, 우리는 불공평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사랑의 마음을 담아 한국 정부에 이 집을 다시 넘기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현지 실사를 통해 건물 내부의 실체적인 모습을 확인했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활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주미 공사관 건물은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후인 1888년 1월 워싱턴에 주미 공사관을 개설한 후 사용한 두 번째 공관. 1891년 11월 2만5천 달러에 조선왕조가 매입했으며 대한제국 시절에는 ‘대조선 주차 미국 화성돈 공사관(大朝鮮 駐箚 美國 華盛頓 公使館)’이라 불렀다. 그러다 1905년 11월 을사늑약 이후 관리권이 일제에 넘어가고, 한일강제병합을 2개월 앞둔 1910년 6월 일제의 강압으로 단돈 5달러에 소유권이 일제에 넘어갔다. 이 건물은 조선이 청나라의 반대를 무릅쓰고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자주외교의 상징으로 설치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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