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었던 2012년 APEC(아시아?태평양 공동협의체)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꼭 1년 전 그곳을 방문했을 때 대회준비로 도시 외곽으로 나가는 도로들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흙먼지로 뒤덮였고 주변 도서들과 내륙을 연결하는 교량공사가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국토를 가졌으나 소련 붕괴 후 아직 유럽 쪽에 더 주력해야 할 러시아가 극동지역에서 큰 대회를 가진 것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할 것이다. 실제로 연해주의 3대 도시인 하바로브스키,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를 인구 200만을 가진 하나의 광역권으로 발전시킬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이는 이 지역이 갖는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군사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조치라 할 것이다.
연해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주는 외형상 크게 발전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죽어가고 있었다. 조선족 주민의 절반 정도가 한국으로 일자리를 구해 떠나거나 도시로 진출하여 200만이었던 조선족이 70만 정도로 줄었다.
그것도 대부분 조부모들이 손자들을 돌보는 결손가정이어서 앞으로 자치주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중국의 ‘동북공정’은 가만있어도 이루어질 전망이었다. 지난번 국경도시 개산둔진에 있는 소학교에 가보니 몇 년 전 1,000여 명이었던 조선족 학생 중에서 불과 70명만이 등교하고 있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김영남과 장성택을 러시아와 중국에 보내 경제협력을 모색하였는데 그 중심지가 북한의 나선지역이다. 나진과 선봉은 인구 17만 명의 이웃 도시로 이미 북한이 오래 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정했던 지역이지만 그동안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여왔다.
나진항은 1930년대 초 부산항과 함께 개항하였으나 많은 지리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발되지 않아 필자가 직접 둘러본 바에 따르면 작은 3개의 부두에 노후 된 크레인 2대 뿐, 한국의 작은 항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러시아가 제3부두를 49년 간 임차해서 1,000여 명의 기술자들이 들어와 있으나 별 움직임이 없는 상태였다. 아마도 부동항이라는 이점을 빼놓고는 가까운 거리에 자국의 극동 최대항구 블라디보스토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국은 태평양으로 빠지는 뱃길을 갖지 못한 한을 풀려고(러시아에 막혀있음) 부두라도 임차해서 교두보로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북방으로 진출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중국 동북 3개성 가운데 연변조선자치주가 속해있는 길림성과 러시아의 연해주는 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김씨 왕국 제3대 임금으로 등극하였다. 그가 바보가 아니라면 인민을 굶기지 않는 일이 통치의 최급선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경제 협력하겠다고 하지만 APEC 회의에서 북한이 철저히 소외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개방과 체제라는 딜레마에 빠진 김정은을 구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한국정부는 조건 없이 나선지역에 개성공단과 같은 대규모 공장들을 만들어서 북한주민과 연변 조선족에게 외화벌이를 시키겠다고 북한당국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남진을 막고 장차 한국의 통일과 국력을 키우는 백년대계가 될 것이다.
<조만연 수필가,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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