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에서 같은 식탁에 함께 앉은 분들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남침례교를 믿는 6명의 형제 부부 가족이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40세 정도 돼 보이는 중년남자가 로만칼라를 한 나를 향해‘당신이 가톨릭 신부냐’고 묻는데 좌석에 앉은 5명이 일제히 나를 약간 무시하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미 남침례교단이 가톨릭 종교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식탁에서 저녁을 함께하는 이들의 비상식적인 은어에 나는 불쾌해졌다.
이들은 가톨릭 종교를 비하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무례함으로 본인들이 믿는 종교가 예수님을 바르게 믿는 신앙임을, 그들의 신앙논리로 신부인 나를 제압하려고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다른 종교와 대화할 정신적인 여유가 전혀 없는, 경색되고 폐쇄된 이들과 종교적 대화를 나눈다면 결국 격한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 종교를 믿는 이들과 대화를 할 여유가 없는, 자기 신앙에 지나치게 세뇌된 이들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들과 신앙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오히려 시간만 낭비하다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서로간의 감정만 불쾌해질 것이 분명했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신도들에게 가톨릭을 공공연하게 비방한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다. 이에 영향을 받은 개신교 신도들이 가톨릭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가톨릭을 비방하고 헐뜯는 것이 바로 본인들의 신앙을 올바르게 지키는 유일한 방편인 것처럼 생각이 굳어진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여러분들이 믿고 있는 침례교단을 존경하며 내가 가진 종교적인 식견으로 여러분들의 믿음을 조금도 허술하게 대접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가톨릭 신부로서 내가 생명을 바쳐 믿는 가톨릭 신앙을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여러분들과 대화를 하리라고는 조금도 기대하지 말길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믿는 가톨릭 신앙에 여러분들이 호감을 가지도록 나의 종교적인 지식과 구변을 가지고 설득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남의 종교를 비방하고 헐뜯으면서 자기의 믿음을 상대에게 강요하거나 주입시키려는 상호 무례한 논쟁을 나는 솔직히 싫어합니다”라고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천주교 신부와 종교적인 격론을 통해 본인들의 신앙에 보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이들의 기대가 순간 무너진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때 옆 좌석에 앉은 분이 유람선 식탁에서 천주교 신부님과 저녁을 즐긴다는 것도 주님이 배려하신 은혜로운 기회라고 나를 약간 치켜세웠다.
천주교 신부와 종교적 논쟁을 통해 자기들 믿음에 대한 기선을 잡아 보려는 계산이 무산됨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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