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 중순. 부동산 시장으로서는 방학이나 마찬가지인 요즘에도 주택 시장은 꾸준히 활기를 보이고 있다. 작년 대비 월별 거래량이 계속 증가세인데다 괜찮은 매물은 나오자 마자 계약되어 나가고 있다. 내년 주택 경기는 금년보다 더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인 분위기이다.
주택 경기가 활기를 찾으면서 이 참에 내 집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주택 구입의 경험이 없거나 오래 된 사람은 이를 미리 익혀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부터 몇 차례에 걸쳐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택 구입 과정 하면 필자의 올챙이적 생각이 난다. 한국에 있다가 가족과 합류하러 미국에 온 지 한 달도 안된 10여 년 전의 그 때,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무작정 집을 사기로 작정했다.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가진 돈도 별로 없었다.
얼핏 듣기로 집을 사려면 융자를 얻어야 한다기에 제일 먼저 어느 융자 전문인을 찾아갔다. 그가 몇 가지 묻고는 잠시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더니, 융자 받는데 문제가 없을 테니 가서 집을 찾으라 하였다. 어떻게 찾느냐고 물으니, 그 지역이면 아무개, 아무개 중개인에게 가보라고 하였다. 그 중 한 사람에게 연락하여 두 달 남짓 만에 집을 샀다. 집을 찾고 계약하고 명의이전을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마냥 묻기만 했다. 옆의 타운에 집을 사면 아이들 학교를 옮겨야 된다는 것도, 집을 사는 사람은 복비를 안 내도 된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으니, 모기지 인슈런스니, 인스펙션이니, 타이틀이니, 에스크로니 하는 것들이 다 무슨 말인지, 왜 그런 방식으로 하는 것인지 알 턱이 없었다. 듣고 보느니 처음 접하는 용어요, 규정이요, 절차였으므로 그저 묻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생각을 하며 이제 부동산에 대해 완전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읽어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게 주택 구입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한다. 오늘은 전체 그림을 조망한다는 의미에서 내 집을 갖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들을 몇 가지 짚어본다.
집을 사려면 첫째, 융자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출처를 밝힐 수 있는 떳떳한 돈이 넉넉하여 전액 그 돈으로 산다면 모를까, 거의 모든 사람이 얼마가 되었든 융자를 얻는다. 그런데 미국은 신용 체계가 분명한 사회라서 융자 여부와 그 조건이 융자 신청인의 사회적 지위가 아닌 신용(credit)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신용 상태는 학자금, 주택 융자금, 사업 융자금, 크레딧 카드 사용 대금, 자동차 융자금 등의 외상 대금 납부 기록과 기타 재무 관리 상태를 반영하여 점수(credit score)로 나타내는데, 점수가 낮거나 기록이 없으면 융자 받기가 어렵다. 따라서 집을 살 생각이면 은행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신용부터 쌓아야 한다. 또한 융자는 이를 갚을 능력이 공식적으로 입증되는 사람에게만 준다. 따라서 수입의 공식적 입증 자료가 되는 최근 2년 치 세금 보고서 작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내 돈도 좀 있어야 한다. 집 살 때, 집 값의 20%를 본인 부담금(down payment)으로 내면 융자 조건이 유리하고 이런 저런 비용으로 집 값의 5% 내외가 들어간다. 따라서 집 값의 25% 정도는 갖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용도 좋고 매달 좀더 낼 능력이 되거나, 생애 첫 주택 구입자로 정부 보증 융자(FHA loan)를 얻는다면 집 값의 90%, 나아가 96.5% 융자까지 가능하므로 이 때는 내 돈이 적어도 된다.
셋째, 집을 사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약 관계로 진행된다. 복비가 얼마고 누가 내며, 계약금과 중도금은 얼마고 언제 내며, 잔금 치르는 날짜는 언제로 하고, 집을 손보는 비용은 누가 낼 것인가 하는 등의 모든 사항이 서로 합의하는 대로 정해지고, 이미 합의했던 것도 사정이 바뀌어 다시 합의하면 바꿀 수 있다. “이런 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라는 건 적어도 미국의 주택 매매에는 없는 것이다. 다만, 수 십, 수 백 년을 내려온 관행들이 있고, 대다수가 이를 존중하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따르는 것은 매매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바람직하다.
넷째, 집을 사는 사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보호를 받는다. 매매 계약서에 이런 저런 조건(contingencies)을 넣는데 중간에 그 조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생기면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 때는 계약금과 중도금 등, 그 동안 냈던 돈을 다 돌려받는다. 물론 모든 조건에는 기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보호받으려면 그 안에 움직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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