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점점 나오는 뱃살이나 얼굴 주름을 보면 세월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운동할 때도 세월의 빠름을 느낀다. 사업이나 일도 마찬가지다. 한국 회계사로써 처음 시작한 일이, 삼성전자나 제일모직 같은 한국 회사들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 반덤핑 관세나 미국에 만든 현지법인 관련 문제들로 수많은 밤을 새웠다.
세월이 흘러 20여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반대로, 많은 미국 법인들이 한국에 진출한다. 거기에는 우리 한인들의 회사들이 성장해서, 거꾸로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국인으로써 투자비자(D-8 비자)를 받아서 한국에 들어가는 손님을 보면, 우리 한인들의 사업 성장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미국 대학을 졸업한 1.5세나 2세 자녀들이 한국에 취직해서 미국에 세금보고 하는 일, 부모는 나중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 계획을 갖고 부동산을 법인 이름으로 취득하는 일, 미국의 프랜차이즈를 한국에 갖고 들어가서 가게를 내는 일.. 등등은 이제 더 이상, 멀고 낯선 소식들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한국을, 또는 한국에서의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가 실패를 하고 후회를 한다. 이미 미국에서의 비즈니스에 익숙한 사람들일수록 한국에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매번 느끼지만, 한국은 미국과 분명히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뉴욕이나 뉴저지에서 법인(회사)을 설립하고 은행 계좌를 여는데, 빠르면 2시간이면 된다. 한국은 모든 서류가 완전히 준비되더라도 법인 설립에 2주일은 걸린다.
특히 외국인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는 준비하여야 할 서류가 30가지가 넘는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이나 외국환거래법 등 참고할 법이나 규정들도 많다. 서류에 공증을 한 변호사의 미국 라이센스 사본까지 준비하여야 하고, 한국의 사무실 임대차계약서도 제출하여야 한다. 세무서에서 직접 현장에 나와서 실제로 그런 사무실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 15년 이상 살았다면, 한국은 이제 외국이다. 물론, 자신이 태어났고 말이 통하고, 친구나 친척들이 있으니,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을 중국이나 멕시코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미 미국 여권을 가진 개인이나 미국에서 설립된 법인이 무조건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국은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우리들의 모국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한국은 이제 외국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말과 정서가 통하는 한국은 분명히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 법인세 감면 등 많은 혜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민을 떠나기 전의 한국만 생각하고, 무턱대고 덤벼들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제 외국이다. 문의; 718-962-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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