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인들 한국정치 참여 ‘금도’가 없다
한인회 간부·평통 자문위원들도
정치단체에 경쟁적으로 이름 올려
한국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7월22일 시작된 유권자 등록을 기점으로 워싱턴도 대선 열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많은 여야 지지단체들이 자의반 타의반 결성됐다.
여권조직만 해도 새누리 워싱턴위원회, 워싱턴 박사모, 국민행복실천연합 워싱턴본부, 워싱턴 보수청년연합, 워싱턴재외국민 참정권행사 홍보연합, 포럼 오래, 자유총연맹 워싱턴 지부, 한미애국총연합 등 10여개에 이른다.
야권 조직도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민주평화통일 워싱턴 DC 한인연합, 대선투표참여운동본부, 담쟁이 덩쿨, 자유 광장, 미주개혁연대 등 역시 10여개에 달한다. 명칭을 바꾸거나 활동을 중단한 단체까지 합하면 이름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정치단체 결성식에는 100명-200명의 한인들이 몰려든다. 그런데 사정을 알고 보면 가관이다. 참여인사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 단체, 저 단체 겹치기 출연이 예사다. 모두가 하나같이 ‘대한민국’과 ‘애국심’을 부르짖는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그들 상당수는 미 주류사회 진출과 동포 권익을 위한 행사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인물들이다.
심각한 문제는 단체를 주도하는 이들의 열에 열이 시민권자란 점이다. 참여회원들도 90% 이상이 시민권자들이다. 정작 진짜 유권자들은 먹고 살기 바빠 보이지도 않는다. 한국 선거에 미 시민권자들이 더 열성인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투표권도 없는 이들의 활약상이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생색내는 데는 필요할 것 같다. 더군다나 선거법은 시민권자의 한국 선거운동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들이 만에 하나 선거운동을 한다면 위법인 셈이다. 미국도 자국 시민들의 모국에 대한 정치적 충정을 달갑게 바라보지 않는다.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건 한인회 간부, 평통자문위원들까지 득실댄다는 점이다. 한인사회의 제한된 인적자원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더라도 문제는 금도(襟度)가 없다는 것이다. 평통 간부에 한인회 간부들이 인사치레의 참석이 아니라 버젓이 한국 정치단체에 임원으로 이름을 경쟁적으로 올려놓고 있다. 물론 ‘개인 자격’의 참여이기에 현행법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한인회나 평통 간부들이 하라는 본업은 제쳐놓고 부업에 열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단순히 애국심 차원으로 둘러대기엔 너무 많은 모순이 이 선거판에 횡행하고 있다. 물론 재외동포들도 모국의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참여’의 방법이다. 지금의 모습은 자존심도 없을뿐더러 옳고 그름의 기본인식도 결여돼 있다. 스스로 상식과 법을 무시하면서 거창한 애국심을 논하는 꼴이다.
물론 선의의 참여자들도 있겠지만, 김지하 식으로 호소한다면 제발 제 얼굴에 침 뱉는 창피한 굿판을 걷어치워라!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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