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남부 돌풍 한계…압승 예상 지역도 고전
“공화, 히스패닉 포용 못하면 민주가 장기집권”
2012년 미국 대선은 오바마의 재선보다 롬니의 예상 밖 완패에 방점이 찍힌다. 실업률 7.9% 시대 대통령의 재선이라면 롬니의 패배로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이다. 남부의 롬니 돌풍은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지 못했고 경합주가 집중된 중서부 공략에 실패했다. 오바마는 경합주 11개주 중 10개 주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선거인단 수에서 100명 가까운 압승을 거둔 오바마(303명 대 206명, 플로리다주 미 집계)가 총득표율에서는 불과 2%(250여만표) 앞선 것으로 나타나 선거인단으로 대표되는 미국 간선제 선거방식은 이번에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소수계 연합, 백인에 승리
오바마의 승인으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문대로 롬니를 믿을 수 없는 정치인으로 인식하게 만든 ‘불신의 프레임’ 전략이 꼽힌다. 바탕에는 인종과 세대, 백인과 브라운(소수계), 노인층과 젊은층의 대결이란 정치 구도가 자리한다. 보수 성향 노인층과 백인은 2008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히스패닉, 흑인, 동성애자 등 소수계 연합군에 패했는데, 이는 덜 가진 소수계에 비해 절실함이 덜했고 그것이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점은 인구구성상 소수계 연합이 백인을 위협하고 진보 성향 인구가 노년층에 대거 유입되면서 정치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칼 로브가 공화당이 소수계 특히 히스패닉을 끌어안지 못하면 민주당이 장기 집권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전망에 근거한다.
플로리다는 롬니가 소수계 포용에 실패한 대표 지역이다. 롬니는 압승이 예상된 이곳에서 처음부터 고전했다. 롬니가 러닝메이트로 보수 백인이 선호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원 대신 히스패닉계로 분류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을 지명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경합주 11개주 중 10개주에서 승리
동부지역 투표 마감 직후 정치전문 블로그 폴리티컬와이어는 11개 경합주 출구조사에서 7대2로 오바마가 이기고 있다는 공화당 내부 자료를 공개했다. 이후 CNN방송 등이 롬니가 플로리다, 버지니아는 물론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고전하는 출구조사 결과를 내보내자 판세는 급격히 오바마 쪽으로 기울었다. 롬니는 세 곳 모두 이겨야 당선을 바라 볼 수 있었다. 이후 최대 격전지인 오하이오의 출구조사에서 51% 대 48%로 오바마가 이긴 것으로 나오면서 승리의 여신은 오바마에게 미소 지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한 곳은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한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였다. 롬니가 진다면 패배 선언을 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었다. 개표가 90% 진행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오바마가 치고 나가자 오후 11시 18분 언론들은 일제히 ‘오바마 당선’을 긴급뉴스로 내보냈다.
롬니 캠프에서 “패배를 인정할 준비가 안돼 있다"는 말이 나오고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재검표에 대비해야 한다"고 해 한때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패배가 명백해지자 롬니는 7일 0시 55분 “오바마에게 전화해 승리를 축하했다"며 패배를 선언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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