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 허상
대학 진학과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네트워킹에 혈안이 되어있다. 동문회 조직과 운영 상태를 최우선 조건으로 고려하여 지원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 취업안내센터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링크드인(LinkedIn)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자기 소개서를 올리며 인맥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느라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다. 구글 시대를 사는 학생으로서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보암직하고 먹음직스런 네트워킹의 정체를 먼저 파악하고 뛰어들 일이다.
네트워킹의 기본원리는 내가 누구를 아는가에 있지 않고 상대방이 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에 있다. 상대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 기술, 실력 등 기본을 갖추지도 않은 채 “누구 아는 사람 좀 소개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몰상식과 무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일이다. 네트워킹의 또 다른 원리는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연결된다는 것이다. 만일 실력보다 아는 사람의 많고 적음에 가치를 둔다면 그런 사람들과 연결될 것이요, 실력과 능력에 가치를 둔다면 또한 그런 비슷한 사람들과 연계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한쪽에게만 유리한 네트워킹은 성사되지 않는다. 서로가 필요, 충분한 요소를 지니고,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연결고리가 단단해진다.
네트워킹의 단점 또한 적지 않다. 우선 경제적 효과가 아예 없거나 적다.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칵테일 파티에 참석하고, 비즈니스 카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그들이 다니는 헬스클럽에 가입한다고 일자리가 저절로 떨어질까. 링크드인,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 머릿수만 늘린다고 상대가 요구하는 인재로서 인정 받을까. 기여도의 소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 고향 사람, 학교 동문, 동일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고용했다가, 업무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거나 관계가 서먹서먹하게 된 것을 고용주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일이다.
바바라 월터스가 영화배우 윌 스미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 “필라델피아의 빈민촌에서 태어난 당신이 스타가 된 비결은 무엇인가. 혹시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있었나?” 윌 스미스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아파서 드러누울 때까지 일하고 연습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는 초등학교 시절 봉걸레를 기타처럼 만들어 들고 다니며 치는 흉내를 냈다. 아버지가 자신이 원하는 기타를 사주지 않자 그렇게 꿈을 키운 것이다. 주변 친구의 우스개 감이 되고, 선생님으로부터 교실에서 쫓겨나는 망신을 당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후에, 기타를 분신으로 삼은 그는 성공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매스터에게 찾아가 무엇을 부탁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가졌고, 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보여줬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짜놓은 박스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나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스미스와 헨드릭스의 공통점은 내재적인 가치 형성에 중점을 두고 자신을 매력적이고 필요한 인간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준비하는 동안 남이 이룬 것에 기웃거리지 않았다.
네트워킹의 두 번째 단점은 파괴성에 있다. 사업협상이나 직원임용에서 가장 실력 있는 자에게 계약이 돌아가지 않고 자격미달이지만 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불합리성이 바로 그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 동문 자녀를 우선적으로 입학시키는 대학, 그들은 한가지를 잊고 있다. 오래 전에 보암직하고 먹음직스런 것을 따먹음으로 쫓겨난 인간의 경험을 잊고,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지속하려는 관습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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