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지역의 한 명문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김 모(28)씨. 연방정부 또는 주류 기업체에 취업해 전공을 살리는 것을 꿈꾸었던 김 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4년째 되는 지금 부모가 운영하는 델리에서 캐시어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과 극심한 경기 침체기가 맞물리면서 원하던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김 씨는 지난해 한 한인 업체에 취업했지만 저임금에다 작업환경마저 열악해 그만두고 말았다.
보스턴 지역 한 사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한 모(26, 베데스다 거주)씨도 지난 2009년 졸업 후 3년 넘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이태백(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20대 청년 백수)’ 대열에 서 있다. 졸업 후 이력서를 수십 군데 넣어 보았지만 세일즈가 대부분이었다. 그냥 놀 수는 없어 얼마 전부터 커피 전문 체인점에서 파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한 씨는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취업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며 “대학 다니면서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점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이 모씨 역시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딸이 직장을 잡지 못해 걱정이다. 버지니아에서 알아주는 주립대를 나왔지만 전공이 비인기과라 바늘구멍인 취업문을 뚫지 못해 전공과는 상관없는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
경기 침체에 따른 극심한 취업난으로 이처럼 대학을 나와서도 전공과 관련된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캐시어나 단순직 등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고 있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한 청년층이 크게 늘고 있다.
연방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저소득 직장에 종사하는 30대 이하 대졸자들의 수가 5년 전인 지난 2006년보다 약 3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 속에 구직난을 겪고 있는 대학 졸업자들이 단순직종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고졸자들까지도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맞물려 대학을 졸업한 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대졸자 수가 지난 10년 사이 2배나 늘어난 것으로도 집계됐다.
가장 많은 대졸자들이 일하고 있는 직종으로는 소매업 세일즈직과 단순 사무직, 비서직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학 졸업자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비영리 단체나 기업에서 인턴으로라도 일을 시작해 경험을 쌓을 것▲자신이 원하는 급여 수준보다 적더라도 직장을 잡아 경험을 쌓은 후 전직을 고려할 것 ▲전반적인 분야 직종에 열린 자세를 가질 것 등을 조언하고 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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