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의 끝, 스무 명의 한인들이 메릴랜드 브룩빌에 있는 법주사로 찾아들었다. 20대 대학생에서부터 노인, 의사와 주부 등 인적구성은 다양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그들은 강당에 모여 책을 폈다. 경전이 아닌 에어컨과 히팅 시스템에 관한 기술책이었다. 전문가 강의도 들었다. 각종 실습도 해보았다. 그리고 3개월 뒤인 이달 말, 수료생 대부분이 종합 라이선스 시험에 합격했다. 경이적인 희망의 기록이었다.
워싱턴 법주사(주지 허관 스님)가 지난 8월26일부터 불자 및 일반 한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문을 연 냉난방 기술전수학교가 개교하자마자 큰 결실을 맺어 화제다. 얼마 전 수료생 대다수가 유니버설 라이선스를 취득한 것이다. 이는 가정용 냉장고는 물론 상업용, 대형 빌딩 등을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종합 라이선스다. 한 50대 주부는 전 과목 만점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도 세워 주위를 놀라게 했다.
기술학교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민연화심 신도회장은 “3개월 만에 수료생 거의 전원이 종합 라이선스 시험에 합격해 깜짝 놀랐다”며 “쉽게 이해시키는 효율적인 강의에 수강생들의 믿음과 열정이 더해져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법주사에서 기술학교를 낸 건 한인들의 실질적인 삶에 도움을 주자는 허관 스님의 실천행의 일환이었다.
허관 스님은 “불경기로 한인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중생들에 희망을 주기 위한 보살행을 생각하게 됐다”며 “다행히 불자들이 신앙활동과 기술교육을 병행하면서 정진해 아름다운 성과를 내게 됐다”고 수료생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냈다.
냉난방 기술학교는 매주 일요일 11시 수강생 모두 법회에 참석한 후 점심 공양을 마치고 오후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진행됐다. 지도는 냉난방 전문가인 이송계 거사가 맡아 열정적으로 무료봉사했다. 법주사에서는 수강료 및 교재비도 받지 않았다.
냉난방 분야는 기침체로 취업의 문이 매우 좁은 요즘 한인들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기술직. 라이선스를 취득하게 되면 미국 직장 취업은 물론 개인 창업 등을 통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한다.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각 가정에서 생기는 냉난방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어 큰 도움을 줘 인기다.
수료생인 김 모씨는 “사찰에서 이런 직업교육을 한다는 발상이 놀랍고 신선했다”며 “마침 전직을 심각하게 고려중일 때 라이선스를 따 인생의 희망적인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법주사는 새해부터는 상하반기로 나눠 6개월 과정으로 냉난방 학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원도 한 기수에 현재 20명에서 최대 4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제2기 강좌는 내년 1월에 실시된다.
문의 (301)570-8040 카페 cafe.daum.net/usabubjusa 주소 19712 Golden Valley Lane, Brookville, MD 20833.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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