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외 대선투표 시작-투표장 안팎 한인 표정
내 손으로 모국의 대통령을 직접 뽑는 재외국민 대선 투표가 5일 워싱턴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200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지난 4·11총선부터 도입된 재외선거가 대선에서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지역 투표소가 설치된 버지니아의 한미과학협력센터에는 이날 투표 시작시간인 오전 8시부터 유권자들이 몰려들어 마감시간인 오후 5시까지 모두 313명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오전 7시30분부터 기다리고 있다 투표소 문을 열자말자 투표한 후 출근하는 열기도 보여줬다.
사상 첫 재외국민 대선 투표이어선지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들은 다소 상기되고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워싱턴 줄서서 기다려
첫날 313명 한표 행사
1974년 도미했지만 아직 영주권자라는 박영철 씨(74, 폴스처치)는 “수십 년 만에 처음 투표를 해보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너무 좋다”며 “재외선거는 한국 정치사상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에서 인턴으로 있는 김명진 씨(22, DC, 한양대 영문학과 4년)는 “제 인생에서 첫 대선 투표를 해외에서 하게 돼 너무 설레고 기분이 새롭다”며 “기표소에서 도장으로 후보를 찍을 때는 떨리기까지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미리 찍을 후보를 마음속에 정해놓고 투표장을 찾았다. 특히 정당이나 후보의 이념적 성향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다는 유권자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80년대 초반 도미한 이후 처음 투표해본다는 송명자 씨(67, 훼어팩스)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분을 선택기준으로 삼았다”며 “부패하지 않고 윤리와 도덕관이 확실한 후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인과 한미과학협력센터를 찾은 최영철 씨(44, 훼어팩스)는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후보가 있는데 대한민국의 시계가 과거로 회귀하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며 “내 꿈이 잘 반영되는 투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표를 행사한 이유를 밝혔다.
유학생으로 왔다가 현재 취업 중인 전주형 씨(31, 헌던)는 “처음에 호감을 가진 후보가 있었으나 며칠 전 후보 토론회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안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분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투표는 국내 투표와 마찬가지로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서 지지 후보에 기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기표한 투표용지는 함께 교부된 국내반송용 봉투에 직접 넣어 봉한 다음 투표함에 넣는 순서로 끝난다.
투표소에는 워싱턴 지역 선관위원들과 투표 사무원, 안내요원, 정당 참관인들이 나와 선거진행을 돕고 있다.
이번 재외선거는 오는 10일(월) 마감되며 토, 일요일을 포함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소에 갈 때는 여권, 주민등록증, 영주권,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부착돼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하나를 지참해야 한다.
주미대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정태희)는 재외선거인의 교통편의 제공을 위하여 던 로링 역(Dunn Loring Metro Station)에서 투표소 간 셔틀차량을 무료 운행하고 있다.
정태희 위원장은 “4월 총선보다는 투표율이 다소 높게 나올 것”이라며 “여러 어려운 여건이지만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를 수행하고 재외동포들의 권익을 위해 보다 많은 등록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미대사관이 관할하는 워싱턴 지역에는 의 경우 약 6만1천700명의 재외국민 유권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8.2%에 해당하는 5천61명이 등록했다. 투표율은 60~7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소 주소 1952 Gallows Rd. Vienna, VA 22182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