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돕지 않아 충격, NYT 자성론
▶ 체포된 범인은 마약판매 전과 노숙자
뉴욕 맨해튼의 한 전철역에서 50대 한인 남성이 다른 사람에 떼밀려 열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사회에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나선 나이 든 사람이 덩치가 큰 젊은이에게 떼밀려 선로에 떨어졌는데도 주변의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은 것은 사회 윤리상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숨진 한기석(58) 씨의 열차에 치이기 직전 모습을 촬영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우마르 압바시는 5일 NBC TV와 인터뷰에서 한 씨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구하려 하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압바시는 한 씨가 떨어지고 열차가 오기까지 약 22초의 시간이 있었으나 "그와 가까이 서 있던 사람들이 그를 잡아서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누구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압바시는 또 열차에 치인 한 씨의 몸이 승강장으로 끌어 올려지자 주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한 씨의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하철 사망사건 그 후: 그 자리에 영웅은 없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망 사건을 전날에 이어 크게 다뤘다.
NYT는 이번 비참한 사건 이후 분노의 목소리가 각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철이 다가오는 위험한 선로에 누군가 나를 밀쳐버렸다면, 혹은 그렇게 떨어진 사람 옆에 내가 있었다면 용감하게 구조할 수 있었겠느냐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압바시가 찍은 사진에 보면 승강장의 열차가 들어오는 쪽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속도를 줄이라며 손짓을 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에드밀슨 재비어(49) 씨는 "그 사람들 중에 한 씨를 끌어올릴 만큼 건장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사건이 있었던 지하철 역에서 한 남성과 만나 ‘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물었다. 이 남성은 "부당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일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만 답했다.
한 씨는 지하철 역에서 불량스러운 행동을 하는 덩치 큰 흑인을 제지하러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재비어 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한 씨가 흑인에게 ‘이봐 젊은이, 자네가 여기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며 그가 옳은 일을 하려고 나섰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망한 한 씨는 지난 1975년 미국 아칸소 대학으로 유학을 온 뒤 맨해튼에서 세탁업을 해왔다. 하지만 수년 전 일을 그만두었으며 아내마저 5년째 척수염을 앓아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뉴욕 경찰은 한 씨를 선로로 밀쳐낸 혐의로 체포된 나임 데이비스(30)를 2급 살인 혐의로 이날 기소했다.
수사 관련 여러 소식통들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경찰 신문에서 한 씨가 자신을 괴롭히고 가만히 놔두지 않아 밀쳤다며 범행을 인정했다고 ABC TV가 보도했다.
데이비스는 정신병 치료를 받은 적은 없으며 마약 판매 등의 경범죄로 체포된 전력이 있다고 경찰 소식통들은 전했다.
경찰은 데이비스가 한 씨를 죽일 의도가 있었는지 또는 말다툼 끝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한 씨가 변을 당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또 한 씨가 지하철역 회전문에 뛰어들어오면서 데이비스와 부딪혀 다툼이 시작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노숙자로 사고 현장 인근 록펠러 센터 주변에서 가판 상인들의 심부름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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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선로에 추락해 숨진 한기석씨의 아내 한세림씨가 5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남편 사진을 들고 있다. 왼쪽은 데이비드 류 뉴욕시 감사관, 오른쪽은 조원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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