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도 스포츠처럼 상이 있다면 베토벤은 아마 감투상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인류가 낳은 위대한 악성, 베토벤에게 왜 하필 MVP(최우수 선수상)가 아닌 감투상일까? 의아해 할 사람도 많겠지만 사실 베토벤에게서 감투정신(투지)을 빼면 남는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팀의 MVP는 빠졌지만 팀웍(하모니)이 살아있는 한 그 팀은 역경을 딛고 우승 시나리오를 일궈낼 수 있다. 무서운 팀은 잘하는 선수들만 모인 팀이 아니라 오히려 감투 정신이 살아 있는 팀… 즉 투지와 하모니(팀웍)로 뭉친 팀이다.
열정이 있는 팀… 열정이 있는 인생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다른 것이란 없다.
음악은 논리성에 있어서는 글(문학)에 뒤지지만 도취력에 있어서는 월등하다. 음악을 포도주의 신(바커스)에 비교하는 것은 이때문이겠지만 음악만큼 사람(의 영혼)을 취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할 것이다.
베토벤은 음악으로 세상을 취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세상은 그의 음악으로 도전받았다. 젊은 시절, 가장 감동을 느꼈던 음악 중의 하나가 바로 베토벤의 ‘킹 스데반’ 이란 서곡이었다. 그것은 이 곡이 아름답고 우렁찼기때문이 아니라 베토벤의 내면세계 즉 하모니의 극복, 또다른 감투정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운명 교향곡’, ‘황제 협주곡’ 등 뛰어난 작품을 수없이 남긴 베토벤이었지만 서곡분야에서는 다소 취약했던 사람이 바로 베토벤이었다. 한 분야에 뛰어났다고 해서 그 예술가의 모든 작품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베토벤도 역시 교향곡, 소나타 부문에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오페라 및 서곡 분야에는 이렇다할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특히 유일하게 남긴 오페라 ‘피델리오’는 서곡을 무려 3번이나 바꿔쓰고도 (스스로)맘에 들지 않아 4번이나 뜯어 고치기조차했다.(이것이 오늘날에 알려진 ‘피델리오 서곡’이란 작품이다)
노력형… 완벽주의자 베토벤이었지만 서곡들은 모차르트 등에 비하면 그렇게 특출하지 못했다. 베토벤의 전매특허인 ‘운명 교향곡’ … ‘황제 협주곡’, ‘열정 소나타’ … 모두 모두 꽝꽝 때려대는 소리로 귀가 먹먹하지만 소리가 크다고해서 모두 마음에 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과격한 소리는 오히려 극적인 조화가 필수인 서곡에서는 다소 우수꽝스럽게 들리기 조차했다.
반면 ‘피가로의 결혼’, ‘마적’, ‘코지판투테’ … 돈지오바니 서곡 등… 모차르트의 서곡들은 얼마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가? 즉흥적인 선율미… 자연스러운 하모니… 모두가 타고난 천재의 그것이 아닐 수 없었다.
‘킹 스데반’은 베토벤이 42세때 작곡된 것이었다. 즉 후기에 속하는 작품인데… 삶을 어느정도 달관했음 때문일까? … 초기의 서곡들에 비하면 가장 모차르트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소리는 거의 들지지 않지… 열정은 타오르지… 좌절… 좌초의 순간들은 어쩌면 베토벤을 과격스럽고 투쟁적인 인격으로 몰아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베토벤은 실질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인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나이 40이 넘어 조카 칼 등을 사랑하며 가족 그리움을 대신했지만 결국 칼도 떠나가고 베토벤의 주위에는 그저 정적과 외로움 뿐이었다. 자칫 좌절할 수 있었고 분노할 수 있었지만 그의 복수는 하모니의 힘… 음악을 향한 극복이 있었을 뿐이었다. (열정이)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그저 가볍고 거칠 것 없이 나아갈 뿐이다.
무풍지대… 왕처럼, 황제처럼 당당하게 요동치는 음의 파노라마… ‘킹 스데반’이야말로 절대음악의 힘… 베토벤만이 창출 할 수 있는 감투정신… 승리의 서곡이 아닐 수 없었다.
‘킹 스데반(서곡)’은 1812년 제자 페르디난트 리스가 런던에 정착, 필하모닉 소사이어티를 창설하게 된 것을 계기로 작곡위촉을 받고 작곡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아테네의 멸망’ 등 3작품의 서곡이 작곡됐는데(‘킹 스데반’은 서기 1천년 경에 등극한 헝가리의 초대 왕의 이름) 최소한의 오케스트라 인원으로 연주되는,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다.(연주 시간 약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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