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하는 최정범 한인연합회장 인터뷰
“눈 내리는 들판을 걸어갈 때는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길이 되리라는 서산대사의 시처럼 눈길에 발자국을 바로 남겨야 한다는 자세와 각오로 임했습니다.”
워싱턴한인연합회 60년 역사에서 첫 1.5세 시대를 열었던 최정범 회장(50·사진)은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소회를 밝혔다.
최 회장은 “부모님과 학교에서 교육받은 대로 36대 한인연합회는 어르신들과 소외된 이웃들을 가장 먼저 섬기고 충실하고자 노력했다”며 “40년간 이 지역에서 살며 장성해 동네 어르신들이 키워주신 데 대한 보답을 어느 정도 한 것 같다”고 이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재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보람 있는 일도 노인과 어려운 처지의 한인들을 도운 걸 꼽았다.
“에버그린 노인아파트에서 진정이 들어왔어요. 한인노인들을 박대하고 차별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달려가서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문제가 된 직원 4명이 해고됐어요. 지금은 한인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 좋아져 어르신들에게 큰 인사를 듣고 있습니다. 또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했으나 연방 의원의 추천서를 구하지 못해 탈락할 위기였던 한인 고교생 소식을 접하고 모두 힙을 합쳐 끈질긴 노력 끝에 입학할 수 있게 해준 것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이 한인이라는 긍지감을 갖게 되었다며 아직도 연락이 옵니다. 가슴 뿌듯한 일이죠.”
2010년 1월 취임한 최정범 회장은 먼저 한인회관 내부를 새로 단장하고 노인아파트를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년간 공식적으로만 약 14만 달러의 사재를 한인회 운영과 한인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썼다 한다.
최 회장은 “한인사회는 앞에 나서는 2%의 소수만의 커뮤니티가 아닌데 그분들만의 목소리가 전부인 양 비쳐져 늘 아쉬웠다”며 “36대 한인회는 나머지 98%의 한인들을 대변하기 위해서 나왔는데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미진한 마음을 전했다.
린다 한 37대 회장에게 바톤을 넘겨주고 이달 말 이임하는 그는 “현 시기에 꼭 돼야 할 분이 맡게 돼 발걸음이 가볍다”면서 “한인연합회는 워싱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기관인 만큼 앞으로도 어떤 바람에도 흔들려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다시 사업가로 돌아간다. 외식사업체인 I.L. CREATIONS을 운영하는 그는 현재 백악관과 국무부, 상무부 등 연방정부와 훼어팩스 카운티 구내식당 등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진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많은 분들에게 신세를 지고 도움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며 “임기 처음부터 저를 믿고 끝까지 함께 봉사해준 임원들께도 고마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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