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투표를 하고 돌아온 일학년 후배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시무룩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멀리 차 타고 가서 투표도 하고 왔는데 뿌듯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물어보더군요.
“누나 나 투표를 하고 왔는데 투표용지에 도장이 안 찍혀 있고 흑백으로 프린트 되어 있었는데……. 내 표 무효 되는 건 아니겠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후배에게 재외국민 선거 용지에는 직인이 흑백으로 복사되어 있어도 된다고 하더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래도 못미더워 초조해하던 후배는 인터넷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재외선거 투표자들의 글과 각 선거캠프의 답변을 읽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시험기간 중에도 생애 첫 투표를 하러 간다고 아침 일찍부터 운전하는 선배들과 함께 차를 빌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소중한 한 표를 투표함에 넣고서도 내내 걱정했을 후배를 생각하니 새삼스레 투표의 소중함이 느껴졌습니다.
총 6일간 진행된 재외국민선거 투표율이 71퍼센트에 육박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문득 지난 학기 19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재외국민선거 신고서를 학생들에게서 받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예상보다 너무 저조한 숫자에 놀랐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두 달 가량 학교 앞에서 신청서를 직접 나누어 주고 받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홍보도 했지만 참여가 저조했는데, 아무래도 5년에 한 번 밖에 돌아오지 않는 대통령 선거라는 점이 시험기간에도 많은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한인 단체 버클리 한국학 위원회에서도 매주 모임에서 다가오는 대선 관련 뉴스들도 함께 읽고, 후보들의 공약도 함께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친구들의 참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는 생각에 뿌듯함도 들었습니다.
이 글이 게재될 무렵에 저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투표라는 축제에 먼 미국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 친구들처럼 저도 기꺼이 역사의 흐름에 동참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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