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을 비롯한 외국 영주권자들에게 거주여권이 아닌 일반여권 취득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따라 영주권자들에도 한국 의료보험 혜택의 자격이 생기는 등 큰 파급효과와 그에 따른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애난데일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인 이한길 변호사(전 국회 법제실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영주권자도 자신의 희망에 따라 거주여권을 취득하지 않고 일반여권을 받을 수 있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법적 근거가 약한 거주여권에 대한 한인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외교통상부가 각 공관에 지침을 내려 본인의 희망에 따라 영주권자들도 일반여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안다”며 “영주권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거주여권 발급으로 그간 한인들이 겪던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총영사관의 엄태호 영사는 “2012년 10월30일부터 해외 이주자에 대한 일반 여권 발급이 가능해졌다”며 “이에 따라 영주권 취득 후에도 거주여권과 일반여권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거주여권을 소지한 영주권자들의 경우 일반여권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 영사는 “기존 거주여권 소지자들이 일반여권을 받으려면 한국에서 영주귀국 신고를 하고 해외 이주 전 거주지에서 거주여권 무효 확인신청을 하고 국내거주자로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주여권(PR 여권)은 외국의 영주권 또는 그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게 발급하는 여권. 영주권 취득 후 거주여권을 발급받게 되면 한국 내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상실하게 되며, 국민연금 가입자격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영주권자들이 일반여권을 소지하게 되면 한국 주민등록이 살아 있어 종전에 누리던 편의와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앞서 2002년 3월18일 ‘영주권 소지자 및 불법체류자에 대한 여권발급 처리규정’을 개정해 미국 영주권자는 원칙적으로 일반여권이 아닌 거주 여권만 받을 수 있게 해왔다. 그러나 영주권 취득 후에 거주여권으로 바꾸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한국 방문이 잦지 않은 경우 기존의 일반여권을 계속 소지해온 경우가 많았다. 또 일반여권을 소지해도 한국이나 미국 출입 시에 아무 문제가 없는 점도 영주권자들의 상당수가 거주여권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유가 돼왔다.
영주권자에 일반여권 취득이 허용되면서 그에 따른 정부내 타 부처의 반발과 문제점도 예상된다. 병무청, 국방부에서는 매년 1월 초에 주민등록을 근거로 병역자원 수급을 계획해 왔으나 일반여권을 발급함에 따라 병역자원 수급 파악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보험 수급 자격여부 등의 문제가, 기획재정부는 세금 부과에 따른 행정적 절차가, 행정안전부나 중앙선관위에서도 재외국민 통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한길 변호사는 “영주권자들에 일반 여권 허용은 정부 관련 부처들의 반발로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가급적이면 일반여권 취득을 서두르는 게 좋다”고 권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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