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에는 형제 선수들도 많고, 형제, 부자 지도자들도 수두룩하다. 덴버 브롱코스 페이튼 매닝과 뉴욕 자이언츠 일라이 매닝은 NFL 드래프트 사상 최초의 형제 전체 1번 지명자들이다. 그러나 형제가 월드시리즈, NFL 수퍼보울에서 선수로, 감독으로 격돌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제47회 수퍼보울에서 샌프란시스코 49ers의 짐 하바,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잔 하바 형제가 처음 역사를 쓰게 됐다. 지난해 두 형제는 나란히 컨퍼런스 챔피언십까지 진출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뉴욕 자이언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게 필드골 1개로 패해 역사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결국 1년 후 두 형제는 뉴올리언스 수퍼돔에서 만난다. 정규시즌에서는 지난 시즌 한차례 맡은 바 있다. 언론은 이를 ‘하바보울I’이라고 불렀다. 당시 형이 이끈 레이븐스가 홈에서 동생의 49ers를 16-6으로 누른 바 있다.
하바는 스포츠 패밀리다. 아버지 잭(73)은 미시건 대학의 레전더리 감독 보 셈베클러 아래서 코치로 40년 동안 풋볼 지도자로 활약했다. 두 아들 잔과 짐은 NFL의 감독이고 사위 탐 크린은 농구 명문 인디애나 대학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나이는 잔이 1962년생이고 짐이 한 살 어린 1963년생이다. 선수 경력은 동생이 훨씬 화려하다. 미시건 쿼터백 출신인 짐은 1987년 드래프트 전체 26번으로 시카고 베어스에 지명됐다. 큰 기록은 남기지 못했으나 우수한 쿼터백이었다. 2001년 현역에서 물러난 짐은 웨스턴 켄터키, NFL 오클랜드 레이더스, 유니버시티 오브 샌디에고, 스탠포드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10년 스탠포드를 BCS보울에 진출시키면서 49ers 감독으로 승격돼 능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감독 첫해 13승3패를 마크하며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자제력이 부족하고 성격이 고약한게 흠이다.
동생 짐에 비해 다소 성격이 차분한 잔의 현역 경력은 미미하다. 오하이오 마이애미 대학 의 디펜시브 백 출신이다. 1984년부터 1997년까지 대학 코치로 활동한 잔은 1998년 필라델피아 이글스에서 본격적인 NFL 지도자로 나섰다. 10년 동안 이글스의 스페셜팀과 디펜시브 코치를 지낸 잔은 2008년 레이븐스 감독으로 데뷔했다. 레이븐스는 잔 하바가 팀을 맡은 이후 해마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있다. 잔 하바는 플레이오프 8승3패를 마크하고 있다. 이 가운데 7승이 원정에서 거둔 승리다.
오는 2월3일 수퍼돔에서 벌어질 제47회 수퍼보올에 아버지 잭 하바는 누구를 응원할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올 수퍼볼은 하바 가족의 몫이라는 점이다.
<문상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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