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조지 워싱턴임을 모르는 한인은 거의 없다. 초등학생 수준의 상식이고 미국 시민권시험의 단골문제이기도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흑인대통령(동시에 첫 재선 흑인대통령)이라는 것도 다들 알고 있다. 그가 44대 대통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의 21일 취임식이 역대 57번째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같은 흑인 위인인 마틴 루터 킹 목사 탄신기념 공휴일에 거창하게 치러진 오바마의 취임식이 45번째가 아니라 57번째인 것은 초대 워싱턴부터 그의 직전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까지 13명이 재선돼 취임식을 2번(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4번) 치렀고, 4명은 부통령으로 있다가 대통령의 유고로 공식 취임식 없이 대통령직을 승계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은 수도 많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얘깃거리도 많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격은 미국 태생에게만 주어진다.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지 의혹이 제기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초대 조지 워싱턴도, 2대 존 애덤스도, 3대 토머스 제퍼슨도 미국 태생이 아닌 이민자 출신이었다. 미국태생 대통령은 8대 마틴 뷰렌(1836년)이 처음이다.
지난해 나돌았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통령 출마설은 박근혜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만큼이나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원래 미국여성들은 대통령 출마는커녕 대통령 선거권조차 없었다. 남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여성들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된 가운데 전 국민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은 29대 워렌 하딩(1920년)이 처음이다.
미국사상 처음으로 대외 선전포고를 한 대통령은 1차 대전의 우드로 윌슨(28대)도, 2차 대전의 프랭클린 루즈벨트(32대)도 아니다. 물론 한국전 참전을 결정한 해리 트루먼(33대)도, 월남전에 파병한 린든 존슨(36대)도 아니다.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을 계속 괴롭히는 영국에 대항해 ‘제2의 독립전쟁’(1812년)을 선포한 4대 제임스 매디슨이 장본인이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4명이 암살당했다. 16대 아브라함 링컨이 맨 처음(1865년)이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올해 오스카상을 휩쓸 전망이다. 그에 이어 20대 제임스 가필드(1981년), 25대 윌리엄 맥킨리(1901년), 35대 존 F. 케네디(1963년)가 암살됐고, 각각 앤드류 존슨(17대), 체스터 아더(21대), 데오도어 루즈벨트(26대), 린든 존슨(36대)이 승계했다.
미국 대통령들이 대개 연방의원으로 경력을 쌓은 뒤 백악관 주인이 됐지만 거꾸로 대통령을 역임한 뒤 자진해서 연방의원으로 강등한 괴짜도 있다. 6대 존 퀸시 애덤스다. 그는 4년간 ‘대통령 각하’로 워싱턴정가에 군림한 후 1831년 매사추세츠 출신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8선 관록의 중진대접을 받다가 1848년 뇌출혈로 의회 바닥에 쓰러져 순직했다.
미국 대통령 4명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데오도어 루즈벨트, 우드로 윌슨, 지미 카터(39대, 퇴임 후 수상) 및 오바마가 주인공이다. 존 F. 케네디는 취임식(1961년)에 계관시인을 등단시킨 첫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 시인은 전날 내린 눈에 햇빛이 강하게 반사돼 새로 쓴 축시 ‘봉헌’을 읽지 못하고 기존 작품인 ‘명백한 선물’을 대신 읊었다.
박근혜는 한 달 후 한국의 첫 여성대통령, 첫 부녀대통령, 첫 독신(처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역대 대통령 11명 중에는 임기 중 쫓겨나 망명한 사람, 술자리에서 암살당한 사람, 퇴임 후 감옥살이하거나 자살한 사람도 있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있다. 남북통일을 성취한 대통령, 빈부격차를 없애고 과외지옥을 추방한 대통령은 언제 나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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