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지난 17일 드디어 첫 차를 샀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저금하는 것 같더니 계약금도, 은행대출도 온전히 제 혼자 힘으로 마련한 것이다. 다음날, 차 보험계약을 하려고 우리가 들어있는 보험회사로 갔다. 처음엔 아이가 마이너로 있는 우리 보험료가 6개월에 400달러 올라간다더니, 타이틀과 대출계약에 아이 이름만 등록되었다는 얘길 듣고는, 그런 경우 마이너로 계약이 안 된다며 보험료가 1,400달러라 했다.

아들이 차를 산 날부터 14일 간 ‘그레이스 피리어드’가 주어지니 그동안 타이틀에만이라도 부모 중 한사람의 이름을 끼워 넣으면 아이를 계속 마이너로 둘 수 있다는 조언도 해주어, 14일 내에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20일, 콜럼버스에 사는 아들을 찾아가서 격려도 해주고 보험이야기도 나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아들 아파트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뻥 터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 뒤흔들리면서 뱅그르르 돌았다. 몇 분 만에 경찰차 4대와 소방차 2대가 와서 사고현장 처리를 했다. 우리에게 달려든 토요다 캠리의 앞부분은 거의 반이 찌그러져 들어갔건만, 소형차인 현대 엘렌트라는 문짝 두개가 찌그러져 안 열리는 정도인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모든 잘못이 상대에게 있고 보험 정보도 받아서 사고처리에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다음 날 아침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아이를 독립인으로 하여 보험을 들었다. ‘그레이스 피리어드’가 적용되어 사고날짜인 20일부터 효력을 발생하는 보험증과 서류 등을 우선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며칠 동안 차를 여기저기 토잉하고 전화에 매달린 끝에, 아들은 상대 운전자 보험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최고 7,500달러만 커버하는 ‘주 최저보험(state minimum insurance)’이라서 그 이상은 지불되지 않으니 나머지는 우리 보험으로 처리하라고 했다. 그런 황당한 보험이 있다니.

우리 보험사인 올스테이트에 연락하니, 아이가 독립적으로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그레이스 피리어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고 당시의 보험을 부정하는 게 아닌가. 이메일로 보낸 보험증은 임시용이라 효력이 없고, 돈을 냈던 2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20년 고객인 우리를 알아본 헤드 에이전트가 본부에 열심히 상황 설명을 한 끝에, 회사는 조사를 시작하며 내게 보험계약 상황을 묻는 녹음 인터뷰를 했다.

보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차 수리를 못 하게 된 아이는 렌트카를 빌렸다. 24세 미만이라 매일 20달러를 더 내야 했다. 어쩌면 되받지 못할 비용이었다. 사고 후 당장 남편의 차를 에어백이 든든한 차로 바꾸기로 했던 터라, 며칠 전 아이에게 남편의 차를 건네주고 왔다. 현재 올스테이트는 차 딜러에 잘못을 미루고 있다. 우리의 이름만 프린트된 보험증을 보고 아이에게 차를 내준 것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독립적으로 차를 샀기 때문에 마이너로서의 현 보험이 유효하지 않음을 알았어야 했고, 독립 보험을 들 때까지 차를 내주지 않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차 딜러를 상대로 소송을 할 것 같다고 한다.

제 힘으로 첫 차를 사고, 순전히 남의 잘못으로 이 모든 것을 떠안게 된 아이가 안쓰럽지만, 사회를 몸으로 겪으며 더욱 어른스럽게 대응하는 아들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날 사고로 내 갈비뼈 몇 대에 약간 금이 가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았음이 또 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