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동양인 손님이 계산을 하며 나에게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니까 잘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의 어눌한 말씨로 "안녕하세요?" 수줍게 웃으며 새삼스레 인사를 한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인으로 한국 비디오를 보면서, 9학년짜리 여동생한테 도움을 받아가며 한국말을 익혔다고 한다.
한국 음악을 좋아하고, 한국 음식을 잘 먹고, 언젠가 한국에도 가보고 싶다는 그 대학생이 참 귀엽다. 인천, 서울, 부산 등등의 도시명까지 열거하면서 칼라인지, 카라인지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수 그룹이란다. 딴 손님들하고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을 더 자랑하고 싶은지 내 주위를 맴돈다. 한참을 젊은 친구와 이야기하다 돌아서는데 왜 어깨가 으쓱거리지?
몇년 전인가 지중해 크루즈 여행중 10층짜리 빌딩 높이의 최신식 배 안에 설치된 한국 브랜드 텔레비전들을 보고도, 유럽 길거리에서 눈에 띄게 많은 숫자의 한국 자동차들을 보고도 내 어깨가 으쓱으쓱거렸었는데...
필리핀 손님들, 베트남 손님들이 한국연속극이 너무 재미있다며 극중에 나오는 배우 이름들을 이야기할 때도, 한국화장품의 질이 좋다며 비싸지만 사용하다보면 자기들 피부도 예뻐졌다고, 달라졌다고 말할 때도, 한국인들이 잘 생기고, 아름답다는 말을 들을 때도 내 어깨는 들썩거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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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때 추위와 더위에 고생했다는 연세 많은 손님들을 가끔 만난다. 그때 한국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말씀을 들으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한국이 많이, 정말 많이 변했음을 침 튀겨가며 이야기하곤 한다. 간혹 최근의 한국 발전상에 대해 아는 분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며 모든 것이 다 폐허였던 6.25 전쟁 때의 모습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신다. 대단한 한국인들이라고 고개를 흔들며 감탄하는 찬사에 내 어깨는 또 춤을 춘다.
아주 바쁜 사거리 길가, 빨간 신호등 바뀌기를 기다리던 십대들이 싸이의 말춤을 신나게 추는 모습이 눈에 띈다. 슬며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며 차 안에 있는 내 마음도 그애들과 같이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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