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증설 추진에 워싱턴 등 해외의 일선 한국학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에서 현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세종학당의 대폭 증설에 나서는 바람에 기존 한국학교들의 한민족 정체성 교육이 위축되는 등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반대 요지다.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세종학당은 애초 취지에 맞게 한국어를 보급하기 어렵고 설립 요구가 있는 곳에 세워져야 한다"면서 “미주에는 수십년의 노하우를 지닌 1천여 개의 한국학교가 한국어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학당은 2011년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세종학당재단이 관할하며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자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기관’이다.
현재 43개국에 90곳이 개설돼 있으며 올해도 25곳 안팎이 추가로 개설되고 2016년에는 총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다양한 한국어 교육 콘텐츠도 개발하고 한국어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권역별 한국어 교육 지도사 파견 등 다채로운 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한국학교는 동포기관이나 교회 등에서 2세대를 대상으로 주로 주말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곳이다. 재외동포재단에 따르면 118개국에 1천925개가 운영되고 있다.
세종학당이 원칙적으로는 성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한국학교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동포 차세대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일부 한국학교들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클래스를 운영해 왔기에 두 기관의 교육 대상이 중첩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게다가 한국어 교원 자원이 한정돼 있으므로 한글학교에서 세종학당으로 교원이 유출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재미한국학교 워싱턴지역협의회의 이승민 회장은 “한국학교에서 실력 있는 교사들이 오랜 기간 동포 차세대의 한글 교육에 힘써왔는데 세종학당이 확대되면서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 회장은 “한글학교는 한인사회를 통한 한국어와 문화 교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정부의 한국어 보급 정책이 기존 한글학교의 성과를 고려하며 추진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세종학당과 한국학교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 예산의 규모도 큰 차이를 보여 한국학교 관계자들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세종학당에는 곳당 평균 3천400만 원, 한국학교에는 학교당 평균 400만 원가량이 각각 지원됐다. 이와 관련해 세종학당 측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문화 교류 활성화와 한국어 교육 대표 브랜드 육성이라는 목적에 따라 개설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지 한국학교와 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입지 선정과 운영 방식 등에 신경을 쓸 방침이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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