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초청받은 마영애 피랍탈북인권연대 미주대표
“조국이 나를 버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대표 도희윤) 미주 대표를 맡고 있는 마영애 씨의 목소리가 약간 잠겼다.
오는 25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남편 최은철 씨와 곧 한국에 들어갈 예정인 마 씨는 “한국 정부가 다시 나를 대한민국의 딸로 인정했다는 생각을 하니까 과거의 상처와 아픔이 얼음 녹듯 없어졌다”며 밝게 웃었다.
미주에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은 한인들은 어림잡아 수백 명. 그 중에 탈북자 출신은 마 씨 부부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 씨가 감정에 북받치는 것은 혼자 초청 받았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2004년 미국에 와 북한 주민들이 겪는 인권 피해 참상을 폭로하는 강연과 연주 활동을 하다 뜻밖에 겪어야 했던 고통들이 생각나서다.
“이제야 밝힙니다만 한국에서 미국에 올 때 국정원에서 서명을 했습니다. 절대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죠. 자유북한주간 등 인권행사 참석도 금지됐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당시 제가 이끌던 평양예술단 단원 10명이 전부 다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침묵할 수 없었다. 어디를 가든 자신이 경험한 비참한 일들과 북한의 실상을 그대로 알렸다. 시카고 어느 교회에서 집회를 가진 후에 사단이 났다.
“한국에서 동행한 분에게 남편은 멱살을 잡히고 저는 맞았습니다. 목격한 한인들이 있어요. 그들도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이렇게 대우할 수 있느냐며 함께 울었습니다.”
당시 통일부장관이 마 씨를 “정신 나간 여자”라고 언급한 기사가 신문에 나기도 했다.
진짜 큰 충격은 후에 일어났다. 여권이 취소됐고 국적도 말소됐다. 미국 내 불체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공연이나 집회는 물론이고 먹고 사는 일이 다급했던 그는 결국 2006년 미국에 정치 망명을 신청했다. 마 씨는 “온 가족이 거지처럼 살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정권이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섰다.
“한국 정부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정치 망명을 해야 하느냐는 하소연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여권을 신청하라는 연락이 왔어요. 2009년이었습니다. 바로 LA에서 신청했지만 사실 큰 기대는 안했어요.”
그런데 몇달 후 여권이 나왔다. 그 때 여권을 받아들고 털썩 주저앉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살해 위협도 숱하게 받았지만 굴하지 않고 뉴욕 북한 대표부 앞에서 살다시피 시위를 하고 때만 되면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의 인권을 위해 목청을 높였던 삶이 그래도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한국 국적을 회복한 마 씨는 지금은 예술인 비자로 미국에 머물고 있지만 늘 마음에 태극기를 품고 다닌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