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뿐만 아니라 이곳 한인사회 언론도 1.5세대와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인 역할모델인 김종훈 벨 연구소 사장 이야기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시민이 한국의 장관 후보가 된다는 것은 당연히 큰 뉴스이다.
어느 한국 언론은 김 후보자를 소개하면서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우리나라’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한국’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 이민와 성공한 그는, 비록 국적은 법률상 미국이나 실제로는 한국사람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그의 업무수행 자질보다는 국적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리고 그의 과거 역할들을 놓고 과연 한국의 장관이 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비판적 의문이 제기되었다. 반면 이곳 한인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가당치 않은 비판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재미동포도 능력이 되면 당연히 고국 발전의 중요한 부분을 맡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에 대해 안 것은 1998년 자신이 50% 정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유리시스템이라는 회사를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는 기사를 미국 신문에서 읽으면서였다. 겨우 38세의 나이로 그렇게 기술개발과 사업에 성공했다는 것이 경이로웠고 같은 한국계 이민자로서 자랑스러웠다.
이번에 그의 장관후보 지명과 이에 따른 논란 보도를 대하면서 1998년 나에게 있었던 한 일이 생각났다. 1995년 11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의 교육위원 선거에서 당선된 후 당시 나는 주 최초의 동양계 선출직 공직자로 활동 중이었다.
그러면서 지역 로터리클럽에 가입하게 되었고 클럽의 새 회원들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자기소개 발표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민자로서 걸어 왔던 삶의 길을 나누었다. 나의 큰 꿈 하나가 미국에서 태어난 두 아들이 피부색이나 부모의 출신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뜻을 펼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라고 발표를 매듭짓자 모두 기립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한 회원이 나에게 전해준 얘기는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그는 내 발표를 전체적으로 감명 깊게 들었으나 적절치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 떠나 온 한국을 ‘my home country’라고 지칭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미국 시민이며 선출직 공직자인 나에게 더 이상 한국이 ‘home country’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이 내가 태어난 곳이고 아직도 나에게는 소중한 나라라는 뜻이었지 한국은 ‘나의 나라’이고 미국은 ‘너의 나라’라며 선을 그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김종훈 장관 후보 지명 논란을 보면서 그 때 로타리클럽 회원에게서 받은 지적이 떠올랐다. 그의 후보 지명을 미국인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이 찾아 들었다. 어느 나라라도 필요한 곳이면 가서 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줄까, 아니면 미국 해군장교로 복무하고 미국서 사업을 성공시키며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맡았던 미국 시민이 다른 나라의 정부 요직을 책임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까.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 김 주한미국대사가 생각났다. 김 대사도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중학교 때 이민 와 한국계 시민 최초로 미국의 대사가 되어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돌아가 활약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이다음에 그가 만약에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의 외무장관직을 맡게 된다면 미국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어쨌든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장관이 된 후에라도 김 후보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그를 역할 모델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 특히 한인 젊은이들에게 공감이 가는 명쾌한 설명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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