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미국 시민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원정 출산이라도 해서,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만 하면, 군대에 안가도 되고, 무료 공립학교에 대학교 등록금 지원 혜택까지 받는다. 그렇게 보면, 미국 시민권의 가치는 아주 크다.
하물며 서류미비자들이나 목숨을 걸고 캐나다나 멕시코 국경을 넘은 사람들에게는 그 가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이민 2세로 쉽게(?) 태어난 아이들은 그 숨이 막히고 기가 막힌 가치를 알 턱이 없지만 글쎄, 10억 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어렵게 취득한 미국의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아깝게 포기하는데도, 오히려 세금을 내야할까? 며칠 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장관 자리를 포기하고 결국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1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국적포기세가 이유들 중 하나라고 하지만 나는 1998년 포브스 선정, 미국 400대 부자로 선정되었던 김종훈 내정자가 그런 세금이 있는지도 모른 채 한국에 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여튼 한마디로 미국 세법 877A 조항의 이 국적포기세(Exit Tax, Expatriation Tax)는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포기할 때,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양도한 것으로 간주해서(실제로는 양도하지 않았더라도) 65만1,000달러의 기본공제(2012년)를 제외한 양도차액에 대한 소득세를 미리 내고 나가라는 뜻이다. 미국에 있는 재산뿐만 아니라 이민 오기 전에 갖고 있었던 한국에 있는 예금이나 부동산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 8년 이상 세금보고를 한 영주권자 이상이 우선 대상자가 된다. 그리고 지난 5년간 1년 평균 소득세 납부액이 15만5,000달러가 넘는 부자들이 해당한다. 그렇게 세금은 많이 내지 않았더라도 순자산이 200만달러 이상, 재산이 많은 사람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지난 2008년에 추가된 애매한 조항이다. 그만큼의 세금을 내지도, 그만큼의 재산이 없더라도 지난 5년 동안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고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 국적포기세의 대상이 돼버린다. Form8854(Initial and Annual Expatriation Statement)는 개인세금보고(1040) 기본양식보다 더 페이지가 많고 복잡하다.
자칫 영주권을 갱신하지 않아서 세무상으로 영주권을 포기한 것으로 오해를 받아 국적포기세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지갑 속에 든 영주권의 유효기간이 남았는지 한 번 더 살펴보자.
하여튼, 이번에 한국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다른 나라의 생소한 세금, 미국에 <국적포기세>라는 세금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이제는 뉴스가 공부가 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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