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사고의 중심은 우리보다는 ‘나 자신’이다. 사람보다는 일을, 관계보다는 일의 성취를 더 중히 여긴다. 그들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성공을 숫자와 양으로 잰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혀야 효율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백인들은 뉴턴의 이분법적 논리에 익숙하다. 성공이냐 실패냐, 내편 아니면 적이다. 승자가 다 갖는 올 오어 낫싱 주의다. 중간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의 논리에 익숙한 백인들의 사고는 항상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나아간다. 큰 것과 작은 것을 한꺼번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사고방식은 일차방정식처럼 직선적이고 연속적이다. 포드가 구상한 자동차 어셈블리 라인이 좋은 예다.
흑인과 라티노들의 최고 가치는 인간관계에 있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더 중요하다. 일의 성취는 뒷전이다. 그래서 성공은 백인들처럼 숫자나 양으로 재는 게 아니라, 서로 리듬감이 통하는 관계성을 이루는데 있다. 백인들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엔 소홀하나 인간적이고 유기적이다.
흑인들과 라티노들은 백인들처럼 직선적인 사고가 아니라, 관계의 중간 중간에 놓인 중요한 시점(critical path) 마다 서로 교감을 통한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 관계와 영적 체험의 공유를 소중히 여긴다. 백인들에 비해 훨씬 감성적이고 영성(靈性)이 풍부하다. 리듬과 뜨거운 합창이 넘치는 흑인들의 교회가 살아있는 예이다.
아시안들은 나 개인보다 그들이 속한 단체나 회사, 또는 나라의 성공을 더 중히 여긴다. 이들은 자기가 속한 그룹의 성공과 융화에 몸 바친다. 영원한 해병과 삼성맨이 나 자신보다 더 자랑스럽다. 그것은 그룹에의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연과 학연에 얽혀 살아간다. 아시안들에겐 인간관계의 성공과 단체를 위한 일의 성취가 둘 다 중요하다.
아시안들은 작은 것과 큰 그림을 함께 보는 능력을 타고났다. 그들은 상형문자인 한자(漢字)를 읽을 때 낱 획과 전체 글을 함께 보거나, 모음과 자음이 한데 어우러진 한글의 낱말을 익혀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식방법은 백인들처럼 직선적이 아니고, 주기적이고 윤회적이다. 모든 사물은 서로 연결되고 회전함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아시안들은 인간관계에서 포용적이고 자연에 순응적이다.
이상은 사회 심리학자 에드윈 니콜스의 인종 분석이다. 복잡한 인종의 특성을 너무 단순화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정곡을 찌르는 그의 통찰력이 놀랍다. 미 주류사회에서 30여년을 뛰며 내가 느껴왔던 점들을 그는 명쾌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의 지론은 다양한 인종간의 특성을 잘 살려 미국을 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자는 것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가 아시안 특집을 위해 인물들을 찾았다. 미국사회에 어필하는 젊은 아시안들 중에 한국인 2세들이 많더라고 하였다. 타 아시안들에 비해 훨씬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세계적인 선풍을 몰아온 싸이 같은 젊은 한국인들의 끼와 창조력을 보며 느낀 감정이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난 한인 2세들 중에 아시아인 최초로 아이비 리그의 총장이었고, 세계은행 총재가 된 김용 씨나, 예일대 법대학장인 고홍주 씨 등이 잘 알려졌다. 그런데 나는 수년전 미국 CBS의 유명한 서바이벌게임에서 권율 씨가 우승했을 때 한인 2세들의 큰 가능성을 보았었다. 그는 두뇌와 체력과 관계성의 치열한 대결에서 남들을 밀치고 이긴 게 아니라 팀을 도와 가며 이긴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경쟁자들로부터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논리적 사고와 인간적 포용력을 함께 지녔다는 찬사였다.
앞으로 계속 우수하고 실천력 강하고, 마음 따뜻한 지도자들이 한인 2세들에게서 많이 나올 것이다. 미국의 모든 분야에서 ‘강남 스타일’을 능가하는 ‘한국 스타일’의 돌풍이 불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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